대상자 차이 크면 탄핵심판 혼란 우려…“탄핵심판에 수사자료 필수” 지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회 탄핵소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검찰과 국회가 각각 내놓을 기소명단과 탄핵소추 명단에 관심이 쏠린다.본격화되는 ‘사법농단’ 수사
검찰이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 인물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직 대법관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8.10.1 연합뉴스
앞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이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홍승면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및 법원행정처(행정처) 사법지원실장,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심준보 전 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및 사법지원실장 등 현직판사 13명이 대법원 징계회부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징계절차는 검찰 수사와 국회 탄핵소추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법원 내부의 제재절차이기 때문에 징계대상자가 기소명단이나 탄핵소추명단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세 절차 모두 사법행정권 남용 비위행위를 저지른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조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중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검찰의 기소명단과 국회의 탄핵소추명단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다. 판사들의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소추가 먼저 진행될 경우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한 탄핵소추명단이 작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절차 속도를 조금 늦춰 검찰이 기소명단을 확정한 이후에 탄핵소추 대상자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수사와 탄핵소추는 전혀 별개의 절차로 따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법조인이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탄핵소추 대상자가 뒤에 검찰의 기소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순서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활한 탄핵심판 심리진행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기소명단을 확정한 후에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공직자의 헌법·법률 위반행위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수사와 구별되는 절차”라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탄핵심판 심리를 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기록이나 법원의 재판기록이 필요해 탄핵소추가 먼저 이뤄질 경우에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 탄핵심판에서 해당 판사의 비위행위가 판사에서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 대상자가 불기소될 경우에는 탄핵심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경우 헌재가 검찰이나 법원에 관련 수사자료나 재판기록을 송부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재는 특검과 검찰을 통해 국정농단 수사자료를 제출받아 심리자료로 활용했었다.
또 일각에서는 사상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에 역량을 집중해야 마당에 탄핵소추와 징계절차까지 동시다발로 진행돼 자칫 동력이 분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