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혐오 그만” “가짜난민 추방” 보신각 마주 보고 찬반집회

“난민혐오 그만” “가짜난민 추방” 보신각 마주 보고 찬반집회

기민도 기자
입력 2018-09-16 17:46
수정 2018-09-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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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인 23명 인도적 체류 허가… 다시 불붙는 갈등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등 300여명
“결국 어떠한 지원도 없는 난민 불인정”


서울 종로타워 앞에선 100여명 시위
“알카에다의 ‘자살테러특공대’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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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달라
받아달라 16일 서울 도심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난민 지지 집회와 난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난민인권센터, 한국이주민인권센터 등 30여개 시민단체가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공동개최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피켓을 들고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제주 예멘인 23명이 지난 14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취득하면서 가라앉았던 난민 찬반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이 아니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고, 난민 반대 측은 “난민 인정은 물론 인도적 허가 체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주민인권센터, 난민인권센터 등 30개 시민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300여명의 참가자들과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등은 “난민 혐오에 반대한다”, “난민법 개악 시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23명에 대해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결정은 결국 ‘난민 불인정’이다”라면서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은 어떠한 지원도 없이 정기적으로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만 허용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의 한복판에서 죽음의 공포를 피해 한국을 찾은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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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보내라
내보내라 16일 난민 정착에 반대하는 난민대책국민행동 회원들이 길 건너 종로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짜 난민을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우리나라 난민법에서 인정하는 난민은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 문제로 박해를 받거나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23명은 난민법에서 인정하는 다섯 가지 사유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태양(19·연세대)씨는 “국제적 기준으로는 전쟁이나 내전도 난민 사유에 들어가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종로타워 앞에서는 100여명이 참가한 난민 반대 맞불집회가 열렸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은 “법무부 1차 심사에 따라 예멘인들이 가짜 난민임이 밝혀졌다”면서 “이들을 즉각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카에다는 각국이 10대들을 덜 경계하고 인도적 임시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이용해 ‘자살테러특공대’로 양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3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취득한 직후부터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글이 쏟아지고 있다. 난민 반대 청원에는 7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공동대표는 “인도적 체류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예멘인들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열악한 사회보장 지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최근 정치인들이 난민법 개정안을 마구 내놓으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면서 “정당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9-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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