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진상조사팀 참여한 교육부 고위관료 ‘쓴소리’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의 진상조사 업무를 맡았던 교육부 고위 관료가 일부 선배 공무원 등 조직을 향해 쓴소리했다. 온갖 불법으로 점철된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권위를 내세워 후배 공무원에게 시켰으면서도 정작 문제가 된 뒤 “내가 지시했다”면서 책임진 고위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검찰이 역사교과서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최승복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장(현 목포대 사무국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를 마무리하며’라는 글을 올려 “지난 10개월 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를 마치며 간단한 개인적 소회를 밝힌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최 전 팀장은 “(불법 집행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홍보비 지출 건은 실장 전결사항이었으나 실장과 국장은 당시 결재를 거부했다. 강압적 분위기에서 수행된 불법 홍보비 지출 문서에는 과장급 이하만 결재했다”면서 “시킬 때는 조직과 상사의 권위를 내세우지만, 책임질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전 팀장은 또 검찰 수사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화 추진 당시 ‘차떼기 의견서’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국정화 관련) 홍보비 지출 건과 관련해 집권남용과 배임혐의 수사의뢰를 반송조치했는데, 정부기관의 공문서를 간단히 반송시키는 검찰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한 뒤 찬반의견을 수렴했는데 의견수렴 마지막날에 찬성 의견서가 무더기로 접수되면서 ‘차떼기 의견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과 문제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최 전팀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당시 관련된 장·차관부터 실국장, 과장은 물론 실무자까지도 대부분 “자신은 반대했다”고 말하는데 반대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남겨뒀거나 실제 발언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반대자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결재 과정에 반드시 명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 조직을 조직폭력배(조폭)에 빗대어 “조폭은 위법행위나 책임질 일은 두목을 대신해 아랫 사람들이 대신 감행하고 징역을 살고 나오면 뒤를 봐준다”면서 “공무원 조직은 조폭이 아니다. 공무원이 상사·장관·대통령을 모시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그 조직은 반국민적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팀장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관련된 일이라 공개된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공무원 스스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범했던 교육부 국정교과서 진상조사팀은 국정화 업무를 담당했던 교육부 공무원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백서를 만든 뒤 지난달 30일 해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핵심 인물이 수사의뢰 대상에서 빠져 ‘꼬리만 잘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의 진상조사 업무를 맡았던 교육부 고위 관료가 일부 선배 공무원 등 조직을 향해 쓴소리했다. 온갖 불법으로 점철된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권위를 내세워 후배 공무원에게 시켰으면서도 정작 문제가 된 뒤 “내가 지시했다”면서 책임진 고위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검찰이 역사교과서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최승복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장
최 전 팀장은 “(불법 집행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홍보비 지출 건은 실장 전결사항이었으나 실장과 국장은 당시 결재를 거부했다. 강압적 분위기에서 수행된 불법 홍보비 지출 문서에는 과장급 이하만 결재했다”면서 “시킬 때는 조직과 상사의 권위를 내세우지만, 책임질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전 팀장은 또 검찰 수사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화 추진 당시 ‘차떼기 의견서’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국정화 관련) 홍보비 지출 건과 관련해 집권남용과 배임혐의 수사의뢰를 반송조치했는데, 정부기관의 공문서를 간단히 반송시키는 검찰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한 뒤 찬반의견을 수렴했는데 의견수렴 마지막날에 찬성 의견서가 무더기로 접수되면서 ‘차떼기 의견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과 문제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최 전팀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당시 관련된 장·차관부터 실국장, 과장은 물론 실무자까지도 대부분 “자신은 반대했다”고 말하는데 반대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남겨뒀거나 실제 발언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반대자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결재 과정에 반드시 명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 조직을 조직폭력배(조폭)에 빗대어 “조폭은 위법행위나 책임질 일은 두목을 대신해 아랫 사람들이 대신 감행하고 징역을 살고 나오면 뒤를 봐준다”면서 “공무원 조직은 조폭이 아니다. 공무원이 상사·장관·대통령을 모시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그 조직은 반국민적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팀장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관련된 일이라 공개된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공무원 스스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범했던 교육부 국정교과서 진상조사팀은 국정화 업무를 담당했던 교육부 공무원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백서를 만든 뒤 지난달 30일 해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핵심 인물이 수사의뢰 대상에서 빠져 ‘꼬리만 잘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