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문무일 총장…검찰 내홍·항명 사태수습 주력할 듯

한숨 돌린 문무일 총장…검찰 내홍·항명 사태수습 주력할 듯

입력 2018-05-19 10:26
수정 2018-05-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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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고위간부의 기소 여부를 두고 불거진 문무일 검찰총장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의 갈등이 결국 외부 전문가의 ‘불기소’ 판정으로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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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검찰총장
수사단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건을 일방적으로 지휘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던 문 총장은 ‘수사단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 판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문 총장과 대검 참모진은 우선 검찰의 내홍 국면을 수습하고 조직을 다잡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검찰 수뇌부가 어느 정도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정한지 등 여러 숙제를 낳으면서 당분간 상당한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외부 법률 자문가로 구성된 검찰 전문자문단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검사장급)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이 문 총장과 의견 충돌을 보이며 기소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문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소에 앞서 심층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 총장의 지휘권 행사를 두고 수사단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공개 반발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문 총장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검찰 내홍이나 항명 사태로까지 여겨진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그간 관행처럼 인정돼 온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수사한 일선 수사조직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하기 전에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통상 검찰총장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법리적 쟁점이 해소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경우 추가수사나 증거보완 등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을 당연하게 여겼던 검찰 구성원들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차츰 총장의 지휘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이려면 일선 검사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장의 수사지휘는 윗선에 의한 개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찰 내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자문단의 이번 결정으로 지휘권 행사가 정당했다고 판정받은 문 총장도 향후 제도개선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 총장은 이날 자문단 결정이 나오자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결재자와 보고자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를 해소해 온 전통이 있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의사결정 시스템 중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되돌아보고, 국민의 기대에 맞게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수사 주요 결정 과정에서 검찰 밖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문 총장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오히려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인사들이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기구다.

수사단은 애초 수사심의위를 열어 강원랜드 비리 수사결과를 점검받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문 총장은 법률 전문가들이 아닌 외부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수사심의위로는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이뤄질 수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구성해 법리 검토를 하자고 했다. 이 때문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수사심의위 권위가 이미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왔다. 수사심의위 도입에 앞장선 문 총장 스스로가 이 기구의 불완전성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수사 진행 상황을 두고 수사단과 검찰 수뇌부가 협의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수사단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보안을 유지해야 할 수사 협의 사항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향후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검찰 내부규칙상 비공개 대상인 전문자문단의 구성과 관련된 사안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징계처분이나 처벌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수사단이 총장의 지휘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현재진행형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는 타격이 작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이 검찰 내부에서도 내홍을 겪은 사안인 만큼 피의자들이 수사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과 18일 연이틀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놨던 수사단은 이번 내홍 파문을 거치면서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핵심 피의자에 대한 신병 결정을 앞두고 불거진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은 이번 수사는 물론 검찰 조직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며 “문 총장은 더욱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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