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내면 할인해 줄게” 카드 거부 아직도 활개

“현금 내면 할인해 줄게” 카드 거부 아직도 활개

기민도 기자
입력 2018-05-06 22:50
수정 2018-05-0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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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연수·웨딩·여행업계 등 카드·현금영수증 거부 잇따라

신고만으론 업체 탈세 못 막아

6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운전 경험이 없는 직장인 이은정(30·여)씨는 최근 도로 연수를 받기 위해 방문운전연수 업체에 예약 전화를 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접수 직원이 “카드 결제는 안 된다”며 계좌 이체를 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씨가 재차 “현금영수증 발급은 되는 거냐”고 묻자 “부가세를 뺀 금액만 받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처리도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업체들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봄철 성수기를 맞은 방문 운전연수업체나 웨딩업체들이 ‘현금 할인’을 무기로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업체의 정보를 공유하고 세무서에 신고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지만 탈법을 저지르는 업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 건수는 2012년 2501건에서 지난해 8180건으로 6년간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포상금 지급 건수는 481건에서 4167건으로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무당국은 탈세 신고자의 신고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신고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세무당국과 소비자들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탈법이 여전하다. 특히 현금을 대놓고 요구하는 웨딩플래너부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10%를 할인해 준다고 홍보하는 촬영 스튜디오까지 웨딩업계는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최근 안승연(29·여)씨는 결혼식 때 입을 한복을 주문하다가 업체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한복값이 60만원을 훌쩍 넘었는데도 업체 측이 현금 할인을 해줬기 때문에 40만원어치만 현금영수증으로 발급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업체 측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일부 식당이나 여행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소득 신고는 곧 세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일이 잦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김모(30)씨는 “마진을 덜 내더라도 현금 할인을 해주는 것이 세금을 내는 것보다 낫다”고 귀띔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소비자 신고가 아니면 탈세를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현금 할인을 해준다는 상술에 넘어가면 소비자들도 업체들의 탈세를 돕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학)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업계에 대해선 정부가 집중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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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5-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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