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막일하며 범행 준비, 재판 중에도 피해자들 비난·조롱
복수에 눈먼 20대 스토커가 자신을 고소한 여성과 그 가족에게 원정 복수극을 벌였다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김모(21)씨는 2015년 1월 인터넷 게임 채팅을 하다가 A(20대 초반·여)씨를 알게 됐다.
그는 A씨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했다. 김씨는 A씨가 돌연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자 변심했다고 생각했다.
집착은 상식을 넘어섰다.
김씨는 A씨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A씨 지인들에게 악플을 달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까지 받게 됐다.
또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하는 등 보복을 일삼다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월 출소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김씨는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했다.
그는 A씨 거주지를 알아내려고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가족·친구와 찍은 사진의 특징을 분석했다.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김씨는 A씨가 전북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8월 경기도에서 짐을 챙겨 전주를 찾았다.
김씨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돈을 벌고 모텔에서 숙식하면서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했다.
A씨의 직장과 집 주소를 확인하려고 A씨 SNS를 계속 확인했다.
그러다 A씨가 전주 시내 한 사무실에서 우연히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됐다.
김씨는 이 사진 배경을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제목으로 올려 누리꾼 의견을 구했다.
결국, A씨의 사무실을 찾아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22일 오후 5시 15분께 흉기와 둔기, 장갑 등을 챙겨 사진 속 사무실을 찾았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 A씨 아버지는 딸을 괴롭히던 김씨를 발견한 뒤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흉기를 휘둘렀다. A씨 아버지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A씨 아버지의 동료들이 흉기를 든 김씨를 제압해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 사무실은 A씨가 아닌 A씨 아버지의 직장이었고 우연히 찾아간 A씨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를 찾아가 살해하려고 했다”고 진술하며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김씨가 ‘비사회성 인격장애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추가 보복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절박하게 호소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살인미수와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소로 처벌받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망치와 쇠톱, 과도를 마련해 살인을 예비했고 피해자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다”며 “누범 기간에 또 범행해 그 죄질이 몹시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심대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는데도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등 지속해서 괴롭히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