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 뻥 뚫린 초등학교’…기본 매뉴얼도 안 지켰다

‘범죄자에 뻥 뚫린 초등학교’…기본 매뉴얼도 안 지켰다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4-02 16:00
수정 2018-04-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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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기본적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인질범 출입 허용

’하굣길 마중나온 보호자들’
’하굣길 마중나온 보호자들’ 2일 오후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방배초교에서 발생한 인질극과 관련, 해당 학교에서는 신분확인 절차도 없이 인질범의 출입을 허용하는 등 안전관리 기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1시 43분 서울 서초구 방배초교 교무실에서 양 모(25) 씨가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인질극을 벌이다 약 1시간 만에 경찰에 제압됐다.

피해 여학생은 다행히 외상이 없고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학교의 외부인 출입관리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방배초교에 따르면 양 씨는 오전 11시 30분께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정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하지만 외부인 출입을 위한 신분확인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의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보안관은 ‘서류발급 등 민원업무를 위해 방문한 자’ 등에 대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한 후 일일방문증을 발급해야 한다.

또 일일방문증을 발급할 경우 관리대장을 작성해야 하며 신분증을 제출하게 돼 있다. 가이드라인은 학교 출입과 관련해 등·하교 시간 외 출입문 전부를 폐쇄해야 하며 관리인력에 의해 출입증이 확인된 경우만 출입을 허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방배초교는 이런 출입관리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방배초교 관계자는 이날 오후 학교 앞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양 씨의 출입에 대한 기록이 없으며 신분증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인 출입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보안관은 양씨가 이 학교 졸업자라는 말만을 믿고 출입을 허락한 것이다.

방배초교 관계자는 “학교보안관이 (양씨가) 졸업생이라고 하니 그 부분(신원확인)을 놓친 것 같다”며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시민단체인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서인숙 대표는 “학교를 방문할 때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제대로 신분확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학교 안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를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시설로 개방하는 추세가 지속해왔는데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 공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홉 살짜리 딸을 키우는 김 모(39) 씨는 “아이를 데리러 수 없이 학교를 오갔지만, 출입 기록을 적는 등 기본 매뉴얼을 지키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인질극까지 벌어진 데는 분명히 이런 안전 불감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황 모(31·여) 씨는 “사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초등학교 담장 정도야 쉽게 넘어서 들어가지 않겠느냐.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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