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사학’ 서남대 폐교…개교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부실사학’ 서남대 폐교…개교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28 16:29
수정 2018-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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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80% 타 대학 편입, 교직원 임금 200억원 체불된 채 청산 절차 돌입

전북 남원의 서남대 전경. 연합뉴스
전북 남원의 서남대 전경. 연합뉴스
설립자의 교비 횡령으로 부실사학의 대명사가 됐던 전북 남원의 서남대가 28일 문을 닫았다.

1991년 3월 문을 연 지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서남대는 수학과 등 이학계열 5개 학과와 전자공학과 등 공학계열 5개 학과로 출범한 농촌의 작은 대학이었지만 1995년 50명 정원의 의예과가 신설되며 주목을 받았다.

◇ 의예과 신설로 주목…교비 횡령 드러나며 급전직하

순항하는 듯했던 서남대는 1997년 설립자인 이홍하 전 서남학원 이사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먹구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에는 교육부의 특별감사에서 이 이사장의 교비 횡령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고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했는데도 학위를 준 의대생 134명의 학위가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 이사장의 교비 횡령액은 서남대 등록금 330억원을 포함해 무려 1천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는 사이 서남대는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는 부실대학으로 지정됐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2015년부터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잇따라 꼴찌 등급을 받으며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2013년 이 이사장이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임시 이사가 파견되며 학교 정상화가 추진됐다.

2015년 명지의료재단이 학교 정상화를 추진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잠시 희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명지의료재단이 약속한 재원을 조달하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하면서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2017년 말까지 예수병원 컨소시엄, 서울시립대, 삼육대, 부산온병원 등이 잇따라 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교육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번번이 반려하고 작년 12월 13일 폐교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 재학생 살 길 찾아 뿔뿔이…교직원 임금 체불

폐교 방침이 정해진 당시 서남대의 학부 재적생은 휴학생 588명을 포함해 1천893명, 대학원생은 휴학생 8명을 비롯해 138명에 달했다.

올해 2월 졸업생을 제외하고 1천300여명이 편입학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통계는 편입학 작업이 완료되는 내달 초에나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 80% 이상이 전북과 충청권의 다른 대학에 편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관심이 쏠렸던 의대생들은 전북대와 원광대로 나눠 편입했지만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재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대를 지켜봐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교직원들은 최근 3년이 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한 가운데 체불임금이 200억원을 넘는다.

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나앉았다.

폐교와 동시에 서남대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마무리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남대의 잔여 재산이 비리 집단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비리 사학의 잔여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이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언제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관련 법이 처리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실적 쌓기’를 위해 폐교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폐허가 된 지역경제…공공보건의료대 설립해야

서남대 폐교는 우려했던 대로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대학 인근의 원룸촌과 상가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고 부동산 가격도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정부에 서남대를 공공보건의료대학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남대 의대가 전북·전남·경남 등 지리산 권역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설립됐던 만큼 이를 대체할 의대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무너진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북은 서남대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한국GM 군산공장 등의 잇따른 폐쇄로 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다.

남원시와 지역 종교단체, 서남대 교수 등은 이미 ‘남원시 대학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남원시 대학유치추진위는 28일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리산권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공공보건의료대학이 남원에 유치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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