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한국판 ‘#Me Too’ 운동 …직장내 성추행 뿌리 뽑기로 확산

번지는 한국판 ‘#Me Too’ 운동 …직장내 성추행 뿌리 뽑기로 확산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1-31 22:48
수정 2018-02-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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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폭로·응원 줄이어

“안태근 처벌” 靑청원 추천 급증
여성단체도 오늘 檢청사서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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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지청에 서지현 검사 응원 꽃바구니
통영지청에 서지현 검사 응원 꽃바구니 31일 시민들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를 들고 경남 통영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지현(45)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부의 성추행 관행을 폭로한 이후 국내에서도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에서 촉발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도 당했다”는 의미로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데서 비롯됐다.

31일 각종 SNS에는 서 검사의 폭로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글들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라며 서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글 하단에는 ‘#metoo’(나도 당했다), ‘#withyou’(함께하겠다) 등의 해시태그를 너도나도 달았다.

서 검사의 폭로에 용기를 얻어 직장에서 자신이 당한 성추행과 성희롱 경험담을 공개하는 사례도 줄 잇고 있다. SNS인 ‘블라인드’에는 최근 대기업 계열사 회식 자리에서 신임 사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익명으로 올라왔다. 올해 초 취임한 사장은 지난 19일 사원 5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내가 ‘고추’를 선창하면 ‘원샷’이라고 복창한 뒤 고추를 먹고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쳐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금(19일 금요일)엔 2차 가야지”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홍보회사 신입사원 이모(26·여)씨는 “직장 상사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거래처의 한 과장이 슬쩍 허리를 감싸고 허벅지 위에 손을 수차례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한모(31·여)씨는 “여성 직원을 총괄하는 남자 실장이 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을 일삼고, 장난을 가장한 스킨십을 자꾸 요구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4·여)씨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남자 손님에게 ‘빙수 용기보다 봉지가 좁아서 기울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그가 ‘뭐든 좁은 게 좋지, 여자도 그렇고’라며 낄낄댔지만 아무런 대응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성폭력에 적극 대응하자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검찰 내 성폭력 조사와 성폭력 가해자의 파면을 요청합니다’와 ‘서지현 검사에게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어버린 최모(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2개는 이틀 만에 추천 수 1만 4000여건을 돌파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성폭력 대응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일 전국 14개 지역 검찰청사 앞에서 검사 성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서지현 검사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검찰의 조직문화 개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가 쏘아 올린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의 뒤틀린 성추행 관행이 뿌리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현실적인 불이익을 우려해 여전히 쉬쉬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78.4%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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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2-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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