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소방관이 우왕좌왕’ 언론 보도에 소방관들 분노

‘제천 화재 소방관이 우왕좌왕’ 언론 보도에 소방관들 분노

오세진 기자
입력 2017-12-29 20:34
수정 2017-12-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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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새로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MBC는 CCTV 영상 속에 등장하는 한 소방대원을 가리키며 “이 대원은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다닌다”고 설명했고, 기사 제목에는 ‘우왕좌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MBC 방송화면 캡처
‘제천 화재, 긴박했던 상황···우왕좌왕 CCTV 영상 공개’라는 제목의 이 보도는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식으로 비춰졌고, 다른 언론들도 ‘소방관 비상구 못 찾아 허둥’, ‘비상계단 못 찾은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MBC가 “건물 주변을 걸어다닌다”고 표현한 소방대원은 다름 아닌 ‘현장 지휘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전기를 들고 교신만 하면서 왔다 갔다 한 소방관은 현장을 지휘하는 대원”이라면서 “현장 지휘자가 화재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밖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를 하냐”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사업단은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의 직영 수입사업을 총괄하는 기구다.

MBC는 또 당시 보도에서 “가스 마스크만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사람들에게 멀리 물러나라고 하지만 직접 구조에 나서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업단은 “화면에서 보이듯 헬멧과 공기호흡기를 갖추지 않은 소방대원은 구조된 응급환자를 싣고 이송하는 구급대원”라면서 “구급대원에게 구조도 하고 불도 진압하라는 말이냐”고 해당 보도를 비판했다.

사업단은 “구급대원과 소방대원을 구분하지 않고, 지휘자와 진압자를 구분하지도 못 하는 것은 선생님에게 왜 교복을 안 입냐고 지적하는 것과 같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화재 진압과 구조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언론이 보도를 해서 오해와 불신이 쌓인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시종 충북지사가 내놓은 소방 관련 제도 개선안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의 변재일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장을 만나 제천 화재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설명하고 5개 제도 개선안을 건의했는데, 그 중 하나가 “현행 체제에선 소방관을 아무리 늘려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총체적 대응이 어렵다”면서 “일선 소방서의 인사와 지휘권을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과 군수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사업단은 “현재 17개 시·도 소방본부 소속 지방직 소방관들은 시·도 의회에 귀속돼 제대로 된 법 집행 또는 예산 부분에 늘 걸림돌 또는 눈치를 보며 근무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익명을 요구한 충북 지역의 한 소방관도 “만약 인사지휘권을 기초단체장이 갖는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거다. 지금도 도의원들에게 굽신거리며 예산을 따는 상황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뉴스1은 보도했다. YTN도 “시·도지사들이 재선을 위해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홍보나 수익성에 득이 되지 않는 소방예산 투입을 꺼려왔고 그 결과 안전불감증이 쌓여 이번 참사로 이어진 것”이라는 소방관들의 반응을 인용해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충북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인사권-지휘권’ 부분은 최종 건의내용에선 빠졌다”면서 “일부 내용이 유출돼 혼란을 빚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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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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