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코리아’

‘바가지 코리아’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12-26 22:22
수정 2017-12-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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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45만원 성탄메뉴만 주문 가능…송년회 후 10분 택시 타는데 6만원

연말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노린 바가지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음식점·숙박·교통 등에서 대목을 노린 ‘한탕주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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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메뉴판 치우고 고가 메뉴만

대전에 사는 조모(28·여)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남산의 한 식당에서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하려고 예약문의를 했다가 혀를 내둘렀다. 2인 기준 45만원의 크리스마스 특별 세트 메뉴만 주문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 식사 가격의 2배를 호가하는 금액이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도 연말을 맞아 평소에 팔던 2만원 상당의 단품을 판매하지 않고 10만원 상당의 코스요리만 판매해 고객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만 1인당 9만원짜리 메뉴를 의무적으로 택하게 해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식당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런 음식점들을 처벌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

●세면시설 없어도 숙박비 10만원

회사원 이모(37)씨는 연말을 맞아 강원도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가 바가지를 쓰고 돌아왔다. 세면시설조차 없는 숙박시설이 1박에 10만원을 웃돌았고, 식당에선 2인분에 17만원 하는 대게 요리만을 무조건 주문하도록 강요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 지역 숙박업소 바가지 문제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

이대춘 서울시 관광정책과 사무관은 “매년 연말마다 숙박업소 협회 등과 협조해 업주들에게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도록 계도활동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업주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있다면 올려 받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에 사는 김모(51)씨는 2호선 강남역 부근에서 송년 모임을 마치고 귀가를 위해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는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목적지가 잠실이라고 하면 승차거부를 당했다. 추위에 떨며 한 시간여 동안 택시 잡기를 시도한 끝에 합승에 성공했다. 택시 안에는 김씨 외에 2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 택시기사는 10분 정도를 이동하는 데 2만원씩 모두 6만원을 받아 챙겼다.

●11월보다 승차거부 2배 많아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택시 운임을 부풀려 받는 택시 부정운행 적발 건수는 2014년 275건에서 2015년 1009건, 2016년 1158건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택시 승차거부 적발 건수는 224건으로 집계됐다. 108건이었던 11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승차 거부를 당하고 부당 요금을 낸 김씨의 사례도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승차거부, 부당 운임 부과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택시기사는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하지만 단속이 강화돼도 불법적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바가지 대목에 소비자 분통

시민들은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 ‘바가지 대목’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회사원 최모(37)씨는 “대목에 수요가 집중되니까 서비스의 가격을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은 이해되지만 10배 가까이 올리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면서 “결국 호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는 현실이지만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이 가격을 양심적으로 책정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업종별 협회 등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대기업도 과도한 상술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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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7-12-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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