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갇혀 있대” 화마 덮친 제천 스포츠센터 ‘울음바다’

“손녀가 갇혀 있대” 화마 덮친 제천 스포츠센터 ‘울음바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2 01:09
수정 2017-12-2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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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안치 장례식장서 유족들 절규…전국서 안부 전화 쇄도

화마가 덮쳐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은 매캐한 연기와 칼바람이 뒤엉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건물 주변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을 찾는 시민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도한 유족들은 대성통곡하며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한 할아버지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 손녀가 헬스장에 있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다 차디찬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손녀가 헬스장에 있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며 “내가 바로 옆에서 전화를 받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옆에 서 있던 중년의 아들도 땅만 쳐다보며 기가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아내가 스포츠센터에 갇혀 있다며 소방대원들에게 구해달라고 애원했던 남성은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떻게 해” 이 남성과 함께 현장에 온 10대 딸은 연방 똑같은 말만 되뇌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남성은 “괜한 소리 하지 말라”며 “엄마는 꼭 살아있을 것”이라고 딸을 나무라듯 아내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그러나 끝내 아내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이 남성은 “먼저 가버리면 어떻게 하라고…”라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굴렀다. 이날 제천에는 가족과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가 전국에서 빗발쳤다.

‘아들아 너는 괜찮니’, ‘무사한 거니’라는 전화를 받느라 일상의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번지고, 무려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과 관련, 소방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원망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유족은 “처음부터 왜 유리창을 깨고 건물로 진입하지 않았느냐”며 고성을 질러댔다.

사망자 신원 확인이 지연되자 “언제까지 이 추운 곳에서 기다리게 할 작정이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원을 확인한 유족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사망자 13명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은 구급차가 들어올 때마다 유가족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병원 측은 장례식장 2층에 ‘유가족 대기실’을 마련했다. 경찰 감식과 유족 조사가 끝나고 시신이 인계될 때까지 유가족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유가족과 사망자의 지인 등 130여명이 울부짖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말도 안 돼. 얼굴 보니까 엄마 맞아”라고 울부짖으며 영안실로 향했다.

유가족 대기실 곳곳에서는 망연자실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는 유족도 눈에 띄었다.

이날 화재로 숨진 제천의 한 교회 목사의 유가족은 “교회는 어떻게 해, 성도들은 어떻게 하느냐, 가슴이 찢어진다”며 오열했다.

대기실 한쪽에서는 경찰 과학수사대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한 DNA 채취 작업을 하고 있었다.

22일 새벽 0시 30분까지 이 병원에 안치된 시신 13구 중 3명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이 손상돼 신원하기 어려운 사망자들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DNA 채취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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