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노조 문제 제기…“성희롱 정황” vs “확인 불가”
국책연구기관 직원이 동료 여성직원의 치마 속을 올려다보려 하고 다른 동료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4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한 연구기관 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서에서 이 기관 직원 A씨가 지난해 8월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던 B씨에게 “오, 치마”라고 말하며 고개를 꺾어 치마 속을 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항의하자 A씨는 “그러면 치마를 입지 말든지, 엘리베이터를 타든지”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한 달 전에는 A씨가 다른 여성직원 C씨와 대화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소속 기관에서 열린 고충심의위원회는 작년 11월 성희롱 정황을 인정해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기관에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라고 통보했다. 징계위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A씨가 ‘재심’을 요구해 열린 2차 징계위는 올해 1월 징계 수위를 가장 낮은 ‘견책’으로 대폭 낮췄다.
2차 징계위는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치마 속을 엿보기 위해 고개를 꺾은 행위’ 후 B씨가 등장하기까지 약 3초의 시간이 걸려 계단·복도 구조상 ‘치마 속을 엿보려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도 대화 모습은 확인되지만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피해자들은 진정서에서 “고충심의위원장이었던 기관 부원장이 ‘A씨가 치마 속을 보려 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는데도 2차 징계위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녹취록을 제시했다.
또 “기관이 전체메일에서 성희롱을 ‘평상시 무심코 발생하는 관행적 행위’라고 지칭하는 등 피해자가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듯이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성희롱 실태조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CCTV에서 A씨가 치마 속을 엿보는 행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부원장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발방지를 위해 계단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성희롱 방지 논의도 벌였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달 직장 성희롱 특별전담반을 구성해 전면 실태조사에 나섰다. 정부도 최근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해 성희롱 징계 기준을 성폭력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