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첫날 열차 출입문 고장 등 겹쳐 일부 운행 지연
“승객 여러분께 양해 말씀드립니다. 승객 폭주와 열차 사정으로 인해 지연 운행되고 있습니다. 개화행 일반열차는 현재 신논현역에, 김포공항행 급행열차는 선정릉역에 정차하고 있습니다.”30일 오전 7시46분께 서울 반포동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차장에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일부 승객에 ‘하∼’ 하고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승강장 벽에 부착된 운행시간표대로라면 47분에 도착했어야 할 급행열차는 52분에, 49분에 도착했어야 할 일반열차는 54분에야 이 역에 당도하는 등 약 5분씩 지연 운행됐다.
그나마 도착한 열차도 이미 ‘콩나물시루’가 돼 있었다. 승객들은 안간힘을 다해 열차 안에 몸을 구겨 넣었다. 어떤 승객은 포기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도 했고, 애써 탔던 열차의 문이 닫혔다 다시 열리자 튕겨 나오듯 내린 승객도 있었다.
고속터미널역 승차장에 있는 안내원은 “열차가 조금씩 지연되면서 이전 역에서 누적된 승객이 많아 열차가 많이 복잡하다”면서 “파업 소식을 듣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승차장에는 오히려 평소보다 승객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휴식시간 보장과 교대업무 변경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서 출근 시간에는 100% 운영을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지하철 운행에는 일부 여파가 있었다.
이른 아침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잠실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회사원 이모씨는 “오전 6시 46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야 하는데 열차 도착시각이 다 돼서야 ‘급행열차가 고장 나 노량진역에 정차 중이니 일반열차를 타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며 “나를 비롯한 승객들이 욕설하며 택시를 잡으러 도로 승차장을 나섰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전 7∼9시를 출근 시간으로 보고 그때 100% 운행을 하겠다고 한 모양인데 오전 7시 이전에도 줄을 서서 타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잠실에서 여의도 쪽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9호선을 못 타면 대안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평소에는 오전 7시30분쯤 나와 종합운동장에서 구반포역까지 9호선을 타고 출근하지만, 오늘은 파업 소식을 듣고 1시간 일찍 나와 2호선을 탔다”며 “시간도 더 걸리고 사람도 더 많아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끼어서 도착했다”고 말했다.
여의도역에서는 종합운동장행 열차의 안전문(스크린도어)이 고장 나 수동으로 문을 여닫아야 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김포공항역에서도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회송됐다.
노량진역에서는 안전문에서 벽까지 승강장에 승객이 가득 들어차 직원들이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하차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열차 지연운행은 혼잡 시간대에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파업과는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승객들 가운데서도 평상시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의도역에서 타는 직장인 박모(43)씨는 “출근길에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파업이 계속될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출퇴근 때만이라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반포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온 직장인 심모(51)씨는 “파업을 하는지도 몰랐다. 평소처럼 출근했고 불편한 점은 못 느꼈다”며 “9호선이 평소에도 혼잡하니 가급적 정상운행을 해주면 좋은데 빨리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