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변속기 걸려 후진” 변명 음주운전자 무죄→유죄

“가방끈 변속기 걸려 후진” 변명 음주운전자 무죄→유죄

입력 2017-10-29 10:52
수정 2017-10-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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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의 조작 정황”…원심 깨고 벌금 500만원 선고

술을 마시고 차량 예열을 위해 시동을 걸다가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려 접촉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는 30대 여성.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여성은 1심에서 ‘고의성이 없다’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여성의 진술을 ‘견강부회의 변명’으로 판단,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청주에 사는 A(31·여)씨는 지난해 9월 10일 밤 상당구의 한 도로에서 뒤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차량 운전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3% 상태임이 드러났고,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지난해 10월 31일 법원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A씨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를 불렀고, 이를 기다리던 중 LPG차량의 예열을 위해 시동을 걸다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차량의 시동을 건 뒤 들고 있던 가방을 뒷좌석으로 던지는 과정에서 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렸고, ‘주차’에서 ‘후진’으로 상태가 바뀐 차량이 A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후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려 차량이 후진했다는 주장이 석연치는 않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음주 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9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량의 변속기에는 실수에 의한 조작을 예방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기어봉을 움직여야 하는 ‘쉬프트-락’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당시 가방에 의해 변속이 이뤄졌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라는 얘기인데 어떻게 차량이 움직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최근 제작된 차량은 기술의 발달로 예열이 권장되지 않고, A씨의 차량 설명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예열이 필요했다는 A씨의 주장은 사후에 가져다 붙인 견강부회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 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대리운전 접수기록을 만든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등 A씨 진술의 신빙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자신의 의지나 관여로 차량이 움직인 게 아니라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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