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길원옥입니다” 89세 위안부 할머니 데뷔

“가수 길원옥입니다” 89세 위안부 할머니 데뷔

입력 2017-08-10 22:46
수정 2017-08-1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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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편견에 맘껏 노래 못 해” 14일 청계광장서 첫 무대

“가수 길원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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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10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길 할머니의 음반 제작발표회가 열려 음반을 만든 전 과정이 공개됐다.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10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길 할머니의 음반 제작발표회가 열려 음반을 만든 전 과정이 공개됐다.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10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길원옥의 평화’ 음반 제작발표회.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니까 남들이 싫어하건 말건 나 혼자 노래하는 게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해 9월부터 애창곡 15곡을 직접 부른 앨범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휴매니지먼트 등과 함께 제작했다. 길 할머니는 오는 14일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서울 청계광장 무대에 올라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할 예정이다.

길 할머니는 “요즘 노래 잘하는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90살 먹은 늙은이가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노래한다고 생각하면 어떨 때는 좀 나이 먹어서 주책 떠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도 “그저 심심하면 노래를 부른다”고 환하게 웃었다.

자주 부르는 노래를 꼽아달라는 말에 ‘남원의 봄 사건’이라는 노래라면서 즉석에서 “남원골에 바람났네 춘향이가 신발 벗어 손에 들고 버선발로 걸어오네 쥐도 새도 모르듯이 살짝살짝 걸어오네”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928년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3살 때 만주 하얼빈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며 모진 고초를 겪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할머니가 사실 처음엔 노래 실력을 숨기셨다”며 “여성으로서 아픈 과거를 가진 개인이 노래를 잘하거나 춤사위가 예쁜 것에 대해 편견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았더라면 보통 여성처럼 노래 부르고 춤을 춰도 거리낌 없었을 ‘사람 길원옥’이 살았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진정한 해방”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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