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뜨자… ‘중리단길’ 뜨는 상인들

‘서울로’ 뜨자… ‘중리단길’ 뜨는 상인들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08-08 22:32
수정 2017-08-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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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폐해 여전

“올해 초 한 식당 건물주가 월세를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리려고 하자 세입자가 재계약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딴 곳으로 가버렸습니다.”(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부동산중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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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경리단길
한산한 경리단길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이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한때 서울에서 시민들이 즐겨 찾아가는 상권으로 떠오르면서 권리금이 최대 1억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상권 위축과 함께 무(無)권리 점포도 속출하고 있다.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서울 곳곳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확산되면서 지역 경제와 부동산의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갑자기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이주민이 원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지만 임대료 폭증에 매출 하락이 겹치면서 결국에는 상권이 붕괴의 위기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서울로 7017’ 개장과 함께 ‘중리단길’로 불리기 시작한 중구 중림동에서는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들이 대거 쫓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중개업자 최모(63)씨는 8일 “서울로 7017 개장 이후 상당수의 원주민들이 고액의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면서 “곱창집과 빵집, 피자집 세 곳이 모두 프랜차이즈 가게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뜨고 있는 마포구 망원동 망리단길 원주민들도 임대료 상승에 쫓겨날 것을 두려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47)씨는 “건물주가 월세를 2배 가까이 올리겠다고 해서 옮겨갈 곳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이주해 매장을 차린 주민들은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부터 걱정했다. 망원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최근 매출이 많이 늘었지만 이런 곳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언제 또 싹 빠져나갈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이런 배경에서 망원동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망리단길 안 부르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권이 정점을 찍은 후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태원 경리단길 주민들은 장사가 안되는데도 가게를 넘기질 못해 한숨지었다. 지난 7일 저녁 10시쯤 찾은 경리단길에는 텅 빈 테이블이 즐비했다. 일부 매장 한두 곳에만 손님이 북적이는 정도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35)씨는 “2015년 경리단길이 뜬다고 해서 권리금 7000만원을 주고 들어와 식당을 차렸는데 지금은 권리금 2000만원에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별나게 빠르다는 점을 문제의 원인으로 짚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10년 단위로 진행되는 이 현상이 국내에선 2~3년 단위로 진행된다”고 진단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와 각 구는 주민협의회 등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종로구 창신·숭인동, 세운상가, 성동구 성수·마장동, 용산구 해방촌)과 임대료 상승 억제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예상지를 선제적으로 매입해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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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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