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탐색 사이…경찰청 찾은 검찰총장

변화와 탐색 사이…경찰청 찾은 검찰총장

입력 2017-07-28 22:50
수정 2017-07-2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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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사상 첫 파격 행보

15분 환담… “검·경, 동반자·협업관계”
국민 위한 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
檢 직접 수사권 유지 명분 포석 시각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28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만났다. 1948년 검찰 창설 이래 처음 생긴 일이다. 그동안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경찰청장이 대검찰청을 찾아 인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직계 관계는 아니지만 현행 형사사법체계상 검찰이 경찰의 수사 지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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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청사 밖 마중
경찰청장, 청사 밖 마중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를 방문한 문무일(오른쪽) 검찰총장이 이철성(왼쪽) 경찰청장에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날 방문으로 문 총장에게는 ‘검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경찰청장을 찾아간 신임 검찰총장’이라는 수식어가 달리게 됐다. 문 총장과 이 청장의 ‘15분 만남’에 대해 검·경 관계자들은 “상견례 차원일 뿐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최근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검·경 관계자는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면담이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졌고, 수사권 조정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5일 취임한 문 총장이 이튿날 이 청장과 통화하다 경찰청 방문 의사를 밝혔고, 전날 경찰청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수순에 따라 만남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문 총장도 이 청장과 15분 정도 환담을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과 같은) 법률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고 저희는 국민을 위해서 협업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를 잠깐 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을 배웅 나온 이 청장 역시 “(문 총장과) 국민을 위해 검·경이 협업하자는 덕담을 나눴다”고 했다.

관행을 깬 경찰청 방문은 문 총장이 내보였던 ‘권위적인 검찰 문화를 솔선해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총장은 취임식에서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고, 검찰을 투명하고 열린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총장은 또 사법경찰, 법원, 변호사 등 검찰 주변과 협력하는 ‘동반자론’을 펴 왔다. 이날 방문 중 문 총장은 “검찰과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공동체를 수호하는 동반자이고 협업관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 앞서 문 총장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 유지를 위한 명분쌓기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수사권 조정 관여 그룹인 경찰, 변호사, 법원 등과의 스킨십을 미리 강화해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검찰이 ‘동반자’를 넘어 ‘조율자’ 역할을 맡을 포석을 다지는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장관급인 총장이 차관급인 청장에게 손을 내밀며 한껏 낮은 자세를 연출한 것만으로 검찰에 덧씌워진 ‘무소불위 권력’의 이미지가 일부 희석되는 효과도 가능하다. 앞서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7일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서울중앙지검 청사 집무실로 초대한 뒤, 검찰의 또 다른 ‘동반자’인 변호사에게 영장 발부 여부를 즉시 안내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는 서울변회 제안을 수용한 바 있다.

두 수장은 덕담을 나눴지만 검·경 간 허니문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 이날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계급정년 종료 직전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에 남을 수 있게 됐다. 경찰 내 수사권 조정 전열은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 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수사·기소 완전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없이 기소할 수 없다”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7-07-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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