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계약해지에 보복 출점까지”…신선설농탕 갑질 논란

“일방적 계약해지에 보복 출점까지”…신선설농탕 갑질 논란

입력 2017-07-27 11:18
수정 2017-07-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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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계약해지된 사업자 “돼지국밥집 냈더니 200m옆에 직영점 공사” 가맹점주들 공정위에 진정…신선설농탕 “직영점만 운영하기 위한 조치”

“10년간 운영하던 신선설농탕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문을 받는 순간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혼당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충격과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 유명 설렁탕 프랜차이즈인 신선설농탕이 10년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매장을 본사에 넘기지 않는 가맹점에는 ‘보복 출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선설농탕은 1981년 시작된 설렁탕 프랜차이즈로,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에 40여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2007년 6월 28일부터 신선설농탕과 계약을 맺고 가맹점(북수원점)을 운영하던 A씨는 계약 만료일을 3개월 앞둔 지난 3월 13일 신선설농탕 프랜차이즈 운영업체인 쿠드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우편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통보문은 올 6월 27일부터 가맹계약 만료에 따라 A씨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며, 계약 종료일에 맞춰 간판과 로고, 그릇, 식탁 등 신선설농탕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철거 또는 폐기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통보에 눈앞이 캄캄해진 A씨는 “1년만 계약을 연장해 주면 그동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준비를 한 뒤 매장을 본사에 넘기겠다”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A씨는 암에 걸려 체중이 10㎏ 이상 빠지는 등 몸이 무척 아픈 상태였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정신적인 충격까지 컸던 상태였다.

이런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털어놓으며 부탁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A씨는 신선설농탕의 간판을 내리고 그 자리에 모 프랜차이즈 돼지국밥집을 차려 지난 1일 오픈했다.

10년 넘게 확보한 단골이 계속 찾아올 수 있게 설렁탕과 비슷한 돼지국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돼지국밥집을 개점하고 나서 열흘 후에 A씨의 식당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신선설농탕 직영점 입점을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는 신선설농탕이 10년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들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려고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며, 말을 듣지 않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선설농탕 본사가 상권이 잘 형성된 가맹점을 재계약하지 않는 방법으로 직영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가맹점이 확보해 놓은 고객을 손쉽게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면서 “10년간 본사 말도 잘 듣고 성실하게 일해 왔는데 업종전환할 시간도 안 주고, ‘보복 출점’까지 하는 행태를 보고 너무 기가 차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가맹점을 한순간에 버리는 기업윤리는 정말 잘못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수지점과 노원점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신선설농탕 노원점의 경우 A씨처럼 매장을 본사에 넘기지 않고 다른 설렁탕 집을 차렸지만, 신선설농탕이 100여m 앞에 직영점을 차리고, 파격 할인을 하는 바람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수지·가락·자양점 등 4개의 신선설농탕 매장은 본사에 양도했다.

A씨는 가맹점 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 계약 기간을 포함해 10년 이내로 보장하고 있는 가맹사업법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악용하면서 이런 갑질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법은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놓인 가맹점 사업자를 보호하고자 10년간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어 오히려 가맹점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돼 CJ푸드빌은 지난해 4월 307개 뚜레쥬르 가맹점과 협약을 맺고 앞으로 기존 점포 50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맹점 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20년간 보장하기도 했다.

A씨 등 비슷한 처지에 놓인 가맹점주들은 신선설농탕의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공정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신선설농탕 측은 관리가 어려운 외부 가맹점 사업을 중단하고 전 매장을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신선설농탕은 “가맹사업과 관련한 수익성을 포기한 채 10년 전인 2007년부터 일절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았다”면서 “직영점에 비해 가맹점의 서비스와 음식 맛 관리가 어려워 가맹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복 출점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신선설농탕을 이용한 고객들이 먼 거리의 다른 매장을 다니기 불편해해서 직영 매장을 한 곳 열었고, 다른 곳(북수원)은 출점을 준비중”이라며 “문제가 없는 범위내에서 출점한 것으로, 기존 가맹 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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