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성추행’ 여주 고교 전체 여학생 3명 중 1명꼴 피해

‘교사 성추행’ 여주 고교 전체 여학생 3명 중 1명꼴 피해

입력 2017-07-26 14:55
수정 2017-07-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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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인권담당 부장이 가해자…SPO 4명이 초·중·고 49개교 담당경찰 “전수조사서 피해 규모 확인…학교 측 은폐 정황도 조사”

경기 여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2년 넘도록 전체 여학생 210명 가운데 34%에 달하는 72명이 교사 2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경찰 조사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오랫동안 교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학교 측은 왜 몰랐을까.

26일 여주경찰서와 A고교에 따르면 여주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지난달 초 A고교 여학생 3명을 통해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라는 제보를 접수했다.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과 합동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여학생 총 72명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가해 교사는 2명. 김모(52) 교사는 여학생 31명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한모(42) 교사는 여학생 55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학생 중 14명은 두 교사 모두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전교생이 455명인 이 학교에 여학생은 210명으로, 전체 여학생의 34%에 달하는 72명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행 시점은 김 교사의 경우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부임한 이후 같은 해 4월부터 1년여간, 한 교사는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2년여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두 교사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여학생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오랫동안 이 학교에서 교사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학교는 이런 일을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먼저 이 학교에서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상담을 맡은 김 교사가 바로 가해자였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김 교사는 지난해 부임 후 성폭력 문제 등 인권담당(생활안전부) 교사로 있다가 올해부턴 생활안전부장을 맡아왔다.

생활안전부는 교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포함한 학생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여학생들이 가슴이나 신체 주요 부위 등을 만지는 등의 행위에 대해선 ‘추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지나가면서 엉덩이를 살짝 건드리는 등 애매한 접촉에 대해서는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라며 “전수조사 과정에서 아보전이 ‘이러이러한 것도 모두 추행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해줬더니 피해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애매한 추행에 대해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를 상담해줘야 할 인권담당 부장이 가해자여서, 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또 교내에서 벌어지는 형사사건에 대한 상담과 지도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이 부족하다 보니, 피해에 재빨리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다.

여주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은 단 4명으로, 이들은 초·중·고 49개교를 정(正)·부(副)의 2인 1조로 담당, 1인당 20개 학교를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달 초 피해 학생들이 용기를 내 학교전담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라며 “학교전담경찰관 인력도 부족한 데다, 학생들이 교사들에게조차 말하지 않는 것을 경찰이 먼저 알기란 더욱 어렵다 보니 피해가 오랫동안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가해 교사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알렸지만 조치가 없었다”라는 진술을 확보, 학교 측의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학교장은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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