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300여종의 ‘캐비닛 문건’을 전격 공개한 가운데 17일 열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직 삼성 임원들의 속행 공판을 열어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등의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김 전 비서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내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를 증언할 전망이다.

그는 앞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안종범 전 수석이 ‘삼성합병 건은 경제수석실이 챙기니 고용복지수석실은 챙길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마침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된 터라 특검팀의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증거로 제출할 문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에서 증거 제출 의사를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에서 수백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재판엔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증인으로 소환된다. 다만 김 전 사장이 14일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증인 신문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는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이 증인으로 나온다.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첫 공판준비 절차도 17일 진행된다.

공판준비 절차는 검찰이 피의자의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변호인이 이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 전 지검장은 사건이 불거진 이래 직접 입장을 밝힌 적이 없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다만 정식 공판과 달리 공판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그가 법정에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 전 지검장은 4월 21일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사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현직 검사가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