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崔 공판 출석…“안종범 배석시켜 미르·K재단 출연금액 확인하더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592억 뇌물’ 관련 2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 6.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또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을 완곡히 부탁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추가 언급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지난해 2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40분간 독대했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증언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면담 자리에는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애초 두 사람만 대화하다 최 회장이 ‘규제 프리존’ 등 경제 관련 이야기를 꺼내자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전문적인 이야기는 안 수석이 함께 들어야 한다”며 안가 내 대기실에 있던 안 전 수석을 데리고 들어왔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SK는 미르·K재단에 얼마를 출연했지요?”라고 물었고, 이에 안 전 수석이 “111억원을 출연했다”고 답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재단에 출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최 회장의 증언이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최 회장은 검찰이 “대통령 면담 후 이형희(당시 SK텔레콤 부사장)와 통화하면서 ‘가이드러너인지 러너가이드인지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최 회장은 최순실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경영 현안을 해결하는 건 애초 증인의 경영방법에 없지 않으냐”고 묻자 “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진 않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독대 초반 상황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요즘 잘 지내시느냐”고 인사말을 건네왔고, 이에 자신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 면담 중 최재원의 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 인사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얘길 꺼낸 것이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2015년 말 언론에 혼외자 문제가 보도된 만큼 개인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재원 부회장의 석방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당시 독대에서 워커힐 호텔의 면세점 사업권, CJ 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 등도 건의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은 “알았다”고만 말했다고 최 회장은 전했다. 최 회장은 “특별한 말씀은 기억이 없다. 가타부타 그런 뉘앙스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