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고 욕설·성추행… 문화예술계 여전한 ‘갑질’

돈 안 주고 욕설·성추행… 문화예술계 여전한 ‘갑질’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7-06-12 23:02
수정 2017-06-13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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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만화·웹툰·일러스트 작가 등 834명 실태조사

과도한 수정 요구·부당 해지 등
80% “불공정 계약 강요당해”

3명 중 1명 “인권침해 경험”
캐릭터 디자이너 김모(30·여)씨는 캐릭터 개발업을 하는 A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김씨가 개인적으로 창작한 캐릭터 저작권을 A사가 사업에 활용했지만 김씨는 저작권에 대한 계약금과 40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A사에서 해고당했다.

서울시는 만화·웹툰 작가 315명, 일러스트 작가 519명 등 문화예술인 834명을 대상으로 최근 4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불공정 계약조건 강요, 부당한 수익 배분,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 불공정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우선 조사에서 일러스트 작가 79%가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공정 계약 유형별로는 과도한 수정 요구(23.6%)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시안비 미지급(20.2%), 일정 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기는 매절계약 강요(15.2%)가 뒤를 이었다. 시안비는 작업물 초안을 만들었지만 채택되지 않았을 경우 지급하는 비용이다.

만화·웹툰 작가도 37%가 불공정 계약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매절계약(31.4%)과 부당한 수익 배분(31.4%)에 따른 피해가 많았다.

부당한 수익 배분에 따른 피해 금액은 만화·웹툰 작가는 평균 766만원, 일러스트 작가는 340만원이었다. 부당한 계약 해지를 당했다는 응답도 일러스트 작가 55%, 만화·웹툰 작가 36%로 높은 편이었다.

불공정 관행은 계약과 수익 배분뿐 아니라 인권침해로도 나타났다. 만화·웹툰 작가의 31%, 일러스트 작가의 36%가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 유형으로 만화·웹툰 작가는 욕설을 듣거나 무시를 당한 경우가 22%로 가장 많았다. 사적인 업무 지시를 당한 경우도 16%에 달했다. 성추행, 성희롱 등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9.5% 나왔다. 실제로 서울시가 만화·웹툰 연재계약서와 일러스트 외주계약서에 대한 법률을 검토한 결과 공통적으로 저작물의 2차 사용권과 관련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불공정 관행은 창작 의욕 저하로 이어져 대중문화사업을 위축시킨다”며 “영화·방송·미술 디자인 분야로 실태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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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7-06-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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