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보행길에 경비 고작 5∼6명…‘차량·행인 위로 떨어지면’ 시민 불안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에서 개장 열흘째인 29일 외국인이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서울시의 안전 대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30일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출신 A(30)씨는 전날 오후 11시50분께 서울역 서부역 앞 청파로 인근 지점에서 투명 안전벽을 넘어 몸을 던졌다.
인근에 배치됐던 경비 인력과 경찰은 물론, 지나가던 시민까지 나서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시민의 안전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투명 안전벽이다.
서울로 7017 보행로 가운데 서울역 철로 위를 지나는 구간은 높은 철망을 둘러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넘어갈 수 없게 했다. 그러나 나머지 구간에 설치된 투명 안전벽의 높이가 1.4m에 불과해 이 같은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 역시 서울로 7017 설계 및 공사 당시 이 같은 점을 고민했다.
시는 개장에 앞서 서울로 7017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시민 안전과 서울역 주변 시야 모두를 고려해 1.4m 높이의 투명 차단벽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높은 벽을 세우자니 관광 명소가 되기를 바라는 서울로 7017 주변 조망에 방해되고, 낮게 하자니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개장 열흘 만에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 됐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철칙으로 여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신 사건이 차량 통행이나 인적이 상대적으로 드문 심야 시간에 일어나 이차적인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북적이는 낮에 일어났다면 지나가는 차량이나 행인 위로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시민 김모(60·여)씨는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던지는 일이 많아 한강 마포대교 난간을 높였다고 하던데, 서울로 7017에서도 이제 ‘생명의 전화’를 놓아야 하는 것이냐”며 “더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7017에 상주하며 시민 안전을 담보하는 안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1.2㎞에 달하는 서울로 7017에 한 번에 배치된 경비 인력은 고작 5∼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는 서울로 7017에 총 16명의 경비 인력을 배치하면서, 12시간씩 3교대로 이들을 운용하고 있다. 낮에는 경비용역업체 책임자까지 한 번에 6명, 밤에는 한 번에 5명이 서울로 7017을 지킨다.
산술적으로 나눠 볼 때 한 명당 240m가 넘는 구간을 책임지는 셈인데, 하루에 수만∼십수만 명이 찾는 실정을 고려하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은 개장 당일 15만 1천명이 찾은 것을 비롯해 전날까지 열흘간 80만명이 넘는 시민이 방문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앞으로 경비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역 인근에 몰려 있는 노숙인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노숙인들이 서울로 7017 보행로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데다 술에 취해 ‘돌발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탓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역 인근에는 지난해 기준 144명의 노숙인이 시설이 아닌 야외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2012년 185명, 2014년 170명 등 감소 추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100명은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시는 우선 서울로 7017에서 음주, 흡연, 눕는 행위 등은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하는 경비 인력이 조례에 금지된 행위를 하는 시민이나 노숙인을 발견하면 계도한다는 것이다.
만약 단순 음주나 흡연을 넘어 노상 방뇨를 하거나,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거나, 구걸해 통행을 방해한다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범죄처벌법은 어차피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를 규정하고 있어 ‘벌금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숙인에게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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