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없이 ‘나홀로 재판’ 박근혜…침묵 속 다소 여유

최순실 없이 ‘나홀로 재판’ 박근혜…침묵 속 다소 여유

입력 2017-05-25 11:09
수정 2017-05-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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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듯 눈 문지르거나 하품…오전엔 “나중에 말하겠습니다” 한마디

긴장감 줄고 일부 빈자리도…朴, 이틀 전처럼 ‘셀프 올림머리’에 정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피고인은 들어와서 피고인석에 착석하기 바랍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법관 3명이 들어와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 시작을 알렸다.

피고인 대기실 문이 열리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이틀 전 첫 공판에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게와 핀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 형태를 냈고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진술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재판장의 진술거부권 고지 안내를 받은 뒤 피고인석을 향했다.

이틀 전 첫 공판에서 머뭇거렸던 것과 달리 곧장 재판부가 앉은 법대(法臺)에서 보면 왼쪽, 방청석에서 보면 오른쪽에 있는 자리를 찾아갔다. 자리에 앉기 전 변호인과 재판부에 가볍게 목례하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에 대한 재판 기록을 법정에서 공개하는 증거조사 절차가 이뤄지기로 예정돼 있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이틀 전 첫 공판과 비교해서 다소 긴장이 누그러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첫 기일과 달리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고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편안해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의 변론을 지켜볼 뿐 직접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내내 침묵했다. 낮 12시 20분께 휴정 직전 재판장이 “할 말이 있나”라고 묻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전부였다.

검찰과 변호인이 향후 재판 절차를 의논하는 동안 피곤한 듯 잠시 감은 눈을 손으로 문지르거나 하품을 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재판이 길어지자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거나 손으로 턱을 괴는 등 다소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앞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이 따라주는 물을 한두 차례 마실 뿐 거의 움직임이 없었지만, 이날은 변호인이 발언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서류를 넘겨보거나 변호인과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재판 절차 논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놓인 모니터에 나오는 기록을 들여다보다가 필기구를 손에 쥔 채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법정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재판 직전까지 일반 방청석 가운데 10여개가 비었고, 방청객 4명은 재판 시작 50분 만에 재판정을 떠났다. 법원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법정 안팎에 방호원 10여명을 배치했으나 재판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2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법정에 들어갈 때까지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며 왼쪽 가슴에 구치소 표식 배지를 달았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중 유영하·채명성·이상철·김상률 변호사가 이날 법정에 나왔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

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또는 “박근혜 피고인”으로 지칭했다. 앞선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 등으로 여러 호칭을 뒤섞어 사용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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