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투표하겠다” 2030세대 대선열기 ‘후끈’

“해외여행 중 투표하겠다” 2030세대 대선열기 ‘후끈’

입력 2017-04-25 09:22
수정 2017-04-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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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만나면 선거 얘기…투표 안하면 ‘왕따’ 분위기”유학생 “토론방송 몰아보고 재외투표소 가기로”

서울에 사는 뷰티카운셀러 배수진(35·여)씨는 이번 주말 중국 칭다오(靑島)로 ‘투표 여행’을 떠난다.

배씨는 서울시민이지만, 미리 잡아놓은 해외여행 일정상 국내에서 투표할 방법이 없어 궁리 끝에 이런 일정을 선택했다. 25일부터 6일간 진행되는 제19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가 이번 대선 투표 일정 중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지였다.

사정은 이렇다. 배씨는 올해 초 달력을 보다가 5월 초중순 ‘황금연휴’를 발견하고 일찌감치 이탈리아 로마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10일 파면되면서, 배씨가 이탈리아에 있을 5월9일로 ‘장미 대선’이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사전투표(5월 4∼5일)까지 여행 기간과 겹쳐 국내에서 투표할 길이 없어졌다.

고민 끝에 배씨는 재외국민투표 기간(4월26∼30일)을 낀 28∼30일 가까운 칭다오로 ‘투표 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고, 항공편도 싼 지역을 찾다 보니 칭다오가 ‘투표소 겸 여행지’가 됐다.

배씨는 “‘그냥 투표하지 말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9년 전 해외에 있느라 대선 투표를 안 했다가 이후 몇 년 동안 심하게 후회한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배씨와 같은 여행객이나 유학생, 기업 주재원 등은 재외국민 투표기간 지정된 투표소에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을 들고 방문하면 투표할 수 있다. 보통은 현지 주재 대사관이나 영사관이다. 단, 배씨처럼 지난달 국외부재자 신고를 했어야 한다.

배씨는 “이탈리아 여행을 취소하면 100만원 넘는 위약금을 날리는데, 투표를 안 할 수도 없으니까 유일한 대안인 재외국민 투표를 선택했다”며 “살다 살다 투표하러 여행가는 건 처음인데 뭔가 짜릿하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아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이 확정된 이후 20∼30대 청년층의 투표 열기가 절정에 달한 모습이다.

대학생 이규희(23·여)씨는 “과장 조금 보태서, 이번 대선에 투표 안 하면 왕따당할 분위기”라면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무조건 대선 얘기가 나온다. 다들 방송토론 챙겨보고 유튜브로 복습까지 할 정도”라며 웃었다.

고려대·이화여대 등 약 30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는 최근 대학생 약 5천명을 조사한 결과 이번 대선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91.6%에 달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에서는 ‘대학생 투표 독려를 위한 성균인 행동’이라는 학내 모임이 꾸려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유인물이나 강의실 책상에 ‘열심히 시험공부 하는 그대도 멋지지만 대선 투표에 참여할 그대는 더 멋지다’, ‘도장 찍고 놀러 가요’ 등을 적은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를 붙여 학우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층도 투표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유학 중인 박희재(26·여)씨는 “주변 한국인들이 정말 ‘100%’ 재외국민 투표를 하는 분위기”라면서 “나도 논문 때문에 바빠서 못 본 대선 토론을 몰아 챙겨 본 뒤 금요일에 재외투표소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실 지난 대선 때는 러시아에 있는 통에 투표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고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투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쇼핑몰은 간단한 선거 상식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추첨을 통해 티셔츠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한국 힙합 ‘대부’로 불리는 ‘가리온’은 ‘허클베리피’ 등과 함께 대선 당일 ‘투표 독려 콘서트’를 연다. 티켓 대신에 대선 투표확인증으로 입장하는 무료 콘서트다. 사전투표 확인증은 물론 ‘투표 인증샷’으로도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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