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혐의·형평성 고려해 청구” vs “신분 고려 불구속”조사결과 놓고 숙고 거듭할 듯…전두환·노태우 구속 전례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가 주목된다.물론 조사가 이뤄진 뒤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조사 결과와 검찰 수뇌부의 판단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법률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간 검찰은 범죄 사유가 소명돼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고 법원도 영장 심사 과정에서 이런 논리를 대체로 수용해 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해 파악된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기준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작년 하반기 특수본 수사와 최근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비춰볼 때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최순실 씨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피고인은 물론 일련의 사건 중 일부에 가담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지목한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 된 점을 고려할 때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등에 대한 대기업 출연, 블랙리스트 의혹, 정부 기밀문서 유출 등 13가지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문화·스포츠 지원을 장려했을 뿐 최 씨와 공모한 적이 없으며 뇌물수수 혐의 등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반면 영장 청구 여부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번도 대면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선 수사의 틀이 조사 후에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신중론이 있다.
또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과 구속영장 청구가 대선 국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검찰이 선뜻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13개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통상의 뇌물수수 사건처럼 뇌물을 직접 받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는 분위기다.
만약 법원이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으며 검찰이 신중한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이미 구속된 전례(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가 있으므로 검찰이 무조건 몸을 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이 강력한 구속영장 청구 의지를 표명할 때 수뇌부의 판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이 수사와 신병처리 및 기소를 분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신속하게 마치되 구속영장 청구 여부나 기소 여부 등을 대선 후에 결정하는 방안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김수남 검찰총장은 수뇌부 회의를 반복하면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