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날짜 정해 내일 통보”…속전속결 시사·원칙론 강조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보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특수본 관계자는 1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소환 날짜를 정해서 내일 통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수사 기록·자료 일체를 넘겨받은 지 11일 만에 소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사실상 기록 검토를 마무리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음을 공개 선언한 것으로도 읽힌다.
소환 시점은 이번 주 후반이나 주말, 다음 주 정도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했다.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소환 시점은 검찰로선 ‘뜨거운 감자’였다.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대선 정국이 전개되며 정치적 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원론적 입장을 떠나 법조계 일부에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시점이 다소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자유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 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도 검찰의 고민을 더했다.
수사팀은 물론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도 다양한 경로로 여론을 청취하며 수사 타이밍을 저울질해왔다.
결국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조기 소환’ 입장을 굳힌 것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목전에 두고 좌고우면하거나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는 게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월부터 각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져 유세 레이스가 본격화하므로 이달을 넘기면 오히려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0∼11월 1기 특수본에서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굳이 수사 시점을 뒤로 미뤄 오해를 살 이유가 없다는 수사팀 내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끝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체포영장을 통한 신병 확보 등 강제수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검찰에서, 올 2월에는 특검에서 한차례씩 대면조사를 요청받았으나 거부한 바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SK·롯데·CJ 등 대기업들 뇌물죄 수사도 동시다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뇌물죄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려면 최소한 대기업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대기업 수사도) 일괄적으로 한다. 건건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기업쪽 관계자들도 조만간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2기 특수본의 주요 현안인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비위 의혹 수사도 비교적 빠른 ‘템포’로 끌고간다는 게 수사팀 구상이다.
다만 우 전 수석 수사의 경우 대선 일정과 크게 관련이 없고 추가 수사 필요성이 커 상황에 따라 4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대선 정국 등 정치적 요소와 향후 수사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전 대통령 수사 일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는 향후 수사의 향배를 가를 중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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