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논의못한 점 반성” 윗선 안 밝혀…정관주·신동철은 대부분 인정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관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가 어려웠다”며 주된 책임은 다른 데로 돌렸다.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에서 “일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관계 자체는 동의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변호인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윗선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김 전 장관 측은 또 “평소 정치·이념 편향성 예술모임은 지양하는 게 맞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충분한 논의나 협의를 거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정관주(53) 전 문체부 차관과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다는 입장을 냈다.
신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6월 이후에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직권남용 및 강요 행위에 구체적으로 묵인하지 않았다”며 향후 이 부분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전 장관 등 3명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들 3명은 박근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21일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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