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뇌물 아니라 靑 강요 피해자’ 주장 인정될지 기대법조계 “헌법 위반일 뿐 형법 위반 판단 아냐…법원서 가려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며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3조 1항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5조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에 기업들이 “대통령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출연금을 냈다”고 적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헌재의 ‘재산권 침해’ 판단을 두고 재계는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에서 ‘두 재단 출연은 청와대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피해자론’이 힘을 얻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헌재의 판단을 ‘뇌물 무죄’ 주장의 근거로 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인사도 12일 “그런 구조(재산권 침해)를 세게 밀면 ‘재단 출연금을 뇌물이라고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없는 건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나 헌재의 ‘재산권 침해’ 판단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헌재는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 형사법 위반 여부까지 판단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설립 출연을 강요해서 헌법상 보장되는 기업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지 기업들이 ‘강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인정을 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 판단에 앞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사실인정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확정 지은 뒤 혐의를 적용하고 유죄 여부를 가린다.
그는 “헌재는 형법 몇조를 위반했다는 건지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며 “그러므로 형사재판에서 형법 몇조의 위반인지의 사실인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뇌물 수사 자료가 아예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게 노 변호사의 지적이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도 “기업 입장에서 ‘싫기는 하지만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연금을 낸 거로 인정되면 헌법적으로는 재산권 침해로 평가되면서 형사법적으로는 강요에 의한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강요로 뇌물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양형사유로 참작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초동의 B변호사도 “헌재 판단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인정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