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만 했다던 최순실, 미르재단 일 꼬이면 직원에 ‘버럭’

조언만 했다던 최순실, 미르재단 일 꼬이면 직원에 ‘버럭’

입력 2017-01-31 14:14
수정 2017-01-31 14: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무부총장 증언…“재단 운영 꼼꼼히 챙기고 본인 의사 관철” 재산비율 조정 실패 후 “이러면 불리”…“中파트너 잘못” 지적

‘비선실세’ 최순실(61)씨는 미르재단 설립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기 뜻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으면 실무 직원들에게 수시로 언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미르재단 운영에 조언만 했을 뿐”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며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게 관련자들의 증언이다.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미르재단의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9대1에서 2대8로 바꾸는 과정에 있었던 최씨와의 일화를 증언했다.

미르재단의 재산 비율은 이른바 4차 청와대 회의(2015년 10월24일)에 안건으로 올랐다가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반대해 퇴짜를 맞았다.

김씨는 검찰이 “청와대 회의에서 보통재산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최씨 요구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한 뒤 최씨에게 혼난 적이 없느냐”고 묻자 “혼이 난 건 아니고 (최씨가) 흥분하고 격앙된 상태에서 말씀하신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당시 최씨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재단이 이렇게 자금을 묶어놓기만 하면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불리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미르재단의 재산 비율 조정은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26일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로 긴급 수정된다.

최씨는 김씨 등 미르재단 관계자들이 중국 문화산업협회와의 MOU 체결을 위해 출장을 갔을 때도 일이계획대로 풀리지 않자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씨 일행은 중국 측 협회와의 MOU에 실질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을 두었지만 중국 측에선 MOU를 맺는 ‘퍼포먼스’에만 관심을 둬 제대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김씨가 이런 내용을 현지에서 보고하자 최씨가 “상대방 카운터 파트너가 잘못 정해진 것 같다. 어떻게 MOU를 체결하느냐”고 혼자 화를 냈다고 한다. 최씨는 당시 김씨에게 “사업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게 낫겠다”고 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 밖에도 미르재단이 국내에 프랑스 요리학교 개설을 추진한 ‘에콜페랑디’ 사업과 관련해 “수업료가 너무 비싼데 사업이 되겠느냐”거나,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의 회사명이 너무 장난스럽다며 “인터피지(Inter PG)는 어떻냐”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최씨가 지난해 5월 K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장 임금 책정 문제로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와 정씨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더니 “안녕 못해요. 태권도 지도교수 연봉을 왜 이렇게 높게 책정했어요. 재단을 말아 드시려고 그러느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최씨 측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최씨의 개입이나 역할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미르재단 주역들은 차은택의 지인들이고 K스포츠재단 실무진도 고영태의 선후배”라며 두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재단 실무진들의 입을 통해 하나둘 최씨의 개입 정도가 알려지면서 ‘모르쇠’로 일관해 온 최씨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