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심리’ 알아야 설 연휴에 집 지킨다

‘도둑의 심리’ 알아야 설 연휴에 집 지킨다

입력 2017-01-26 10:11
수정 2017-01-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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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져 있으면 ‘빈집’…창문에 머리만 들어가면 ‘성공’

귀향길이나 여행에 나서는 설 연휴, 집을 잘 지키려면 도둑들의 별난 심리를 알아야 한다.

전문 절도범을 포함해 연간 100명 정도의 피의자를 잡은 ‘체포왕’ 오상팔 울산중부경찰서 강력팀장이 들려주는 도둑들의 심리나 생리, 빈집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연휴에 집을 비우더라도 거실이나 부엌 등 한 군데 꼭 불을 켜 놓아야 한다.

몇 년 전 일명 ‘저녁털이’ 절도범을 검거했는데 범인은 집에 불이 꺼져 있을 때 침입했다. 보통 저녁에 사람이 집에 있으면 전등을 켜는데, 불이 꺼져 있으면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범행 장소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다음 주의해야 할 것은 작은 창문의 잠금이다.

요즘 아파트 고층은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달려있어 도둑이 범행 장소로 잘 물색하지 않는다. 대신 저층이나 단독주택, 원룸 등이 주로 범행 대상이 된다.

이런 곳은 보일러실이나 화장실 창문 등을 잘 잠가야 한다고 오 팀장은 조언한다.

대부분 현관의 문은 잘 잠그지만 보일러실이나 화장실 등의 창문은 작아서 안심하고 시정하지 않는다. 도둑들은 이런 작은 창문을 노린다.

도둑들은 사람의 머리만 겨우 들어가는 창문이라도 쉽게 침입한다. 머리가 창문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를 각각 비틀어 넣고, 몸통, 다리 순으로 드나든다는 것이다.

이재열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도둑들이 믿는 속설을 치안에 역이용한다.

도둑들은 집을 털기로 작정한 날 순찰차나 경찰관을 보면 ‘재수 없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이 청장은 112 순찰차를 대로변과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 주변에 집중 배치했다.

이 청장은 “순찰자를 보면 시민은 안심하고, 도둑은 ‘일진이 사납다’며 도둑질을 접는다더라”고 말했다.

설 연휴에 당직근무 인력을 평소보다 2배 늘리고, 경찰관의 도보 순찰을 강화하도록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도둑은 변태적인 행동을 한다.

집을 털고 난 뒤 대소변을 본다. 또 자기에게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회만 생기면 습관처럼 도둑질한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남의 집에 침입했다가 화장실이 아닌 방 침대 옆에 대변을 본 절도범이 DNA 검사로 붙잡혔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9월 이런 짓을 한 도둑이 경찰의 유전자 분석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빈집털이범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 대소변을 보는 습성에 대해 오 팀장은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긴장해서 생리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대소변을 보고 도주하면 잡히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속설 때문이다.

오 팀장은 지난해 절도범의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빈손으로 침입했던 도둑이 나올 때 봉지를 하나 들고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계속 추적하니 외진 곳에 봉지를 버리고 갔다. 확인하니 ‘변’이었다.

대변으로 유전자 감식을 한다는 사실을 안 도둑이 빈집에서 대변을 본 후 스스로 치운 것이라고 오 팀장은 설명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습관처럼 도둑질하는 것은 언제 잡힐 지 모르니 필요할 때 훔쳐서 모아 두겠다는 ‘비축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전과 3범 이상 정도면 하루 150만∼200만원 정도 훔칠 수 있어 월급 200만원 정도의 직장에는 다니려 하지 않는다.

전문털이범들은 한번 훔치고는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범행에 나선다. 매일 범행하면 경찰에 붙잡히기 쉽다고 판단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설 연휴 집을 비울 때는 집안 한 곳에 불을 켜놓고, 아무리 작은 창문이라도 잘 잠그면 도둑들이 침입하기 어렵다”며 “경찰도 인력을 늘려 치안유지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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