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어려워도 서울대생에게 보답” 고시촌 사람들 ‘장학금 온정’

[현장 블로그] “어려워도 서울대생에게 보답” 고시촌 사람들 ‘장학금 온정’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7-01-18 18:14
수정 2017-01-1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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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주민과 자영업자 100여명이 지난달 23일 없는 시간을 쪼개 한 술집에 모였습니다. 대학동은 ‘신림동 고시촌’으로 더 잘 알려진 서울대 인근 지역입니다. 주민과 자영업자 등의 모임인 관악발전협의회는 이날 술집에서 ‘일일호프’를 열고 1300여만원을 벌었습니다. 이들은 서울대장학기금위원회도 발족하고, 번 돈을 고스란히 장학기금에 부었습니다.

●자영업자 등 장학기금위 발족

이들은 왜 장학사업을 시작했을까요.

고시촌은 사법·행정·외무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해 한국 고위관료의 산실이라고 불렸습니다. 서울대가 1975년 신림9동(현 대학동)으로 이전한 뒤부터 이곳에서 공부하던 많은 학생들은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주름잡는 인재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상권이 발전했고 학원, 서점, 식당, 미용실, 당구장 등을 하던 자영업자들도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법시험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고시생 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심한 곳은 3분의1수준으로 쪼그라든 곳도 있어요.” 피자집을 하는 임종수 사장 얘기입니다.

자영업자들은 이 힘든 상황을 오히려 나눔으로 헤쳐가자는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권영출 협의회장은 “우리도 힘들지만 다들 힘든 시절 아니냐”며 “큰돈은 아니지만 우리의 단골인 서울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이곳을 키워준 학생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우선 상반기에 장학생 2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힘들지만 대학·지역사회 동행

사실 대학, 지역사회, 자영업자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학과 지역사회가 ‘동행’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인근 상권과 함께 신촌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서울대나 서울시립대는 인근 주민에게 주차장과 도서관, 박물관 등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공유합니다. 중앙대는 2012년 처음으로 학교 담장을 허물고 걷고 싶은 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시촌 장학사업은 지역상인들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 대학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일 겁니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는지, 기대 이상의 기금이 모여 협의회는 목표치를 1억원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서울대 성낙인 총장도 축사를 통해 이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힘든 시기에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지혜들을 보며 세상이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시촌 상인들이 키운 인재가 모두의 행복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미래를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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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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