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장 위 명예총장이 실세” 국정 농단 닮은 梨大 혼란

[단독]“총장 위 명예총장이 실세” 국정 농단 닮은 梨大 혼란

입력 2016-11-01 18:42
수정 2016-11-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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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생 내일 대규모 시위

“윤후정, 20여년간 자리 보전 인사·각종 사업 영향력 행사” 교수협, 퇴진 요구 여부 논의 중
학교 “명예직일 뿐 권한 없어” 총장직선제 등 갈등 계속될 듯

3일 대규모 시위를 앞둔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학생들이 최경희 전 총장의 배후로 윤후정(84·여) 명예총장을 지목하면서 이대 학내 분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윤 명예총장이 20년간 독점적으로 자리를 보전하며 학교의 인사 및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이들의 주장과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이사회 및 학교 당국의 반박이 맞부딪치면서 양측의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장 선출을 계기로 학교 주도권을 둘러싼 이대 내부의 해묵은 파벌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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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교수협의회의 김혜숙 공동회장(철학과 교수)은 1일 “3일 오후 6시 30분에 학교 내 ECC 앞에서 교수, 재학생, 졸업생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윤 명예총장의 퇴진을 요구할지 교수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나서지 않아도 학생들이 퇴진 요구를 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일부 평교수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 ‘윤후정 명예총장의 이화 파괴와 대학행정 문란 행위에 대한 사죄와 하야를 촉구하는 이화여대 평교수 선언’을 익명으로 올렸다. 이들은 “윤 명예총장은 본분을 망각하고 봉건시대의 왕처럼 자신과 자신의 가신들을 위해 이대를 사유화해 왔다”며 “불통 명예총장의 지배 행태에 대한 교수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대 학생들은 윤 명예총장이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최 총장과 다를 바 없는 신임 총장을 선발할 것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명예총장제를 폐지하고 이사회, 교수,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윤 명예총장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10대 총장을 지냈고 1996년 9월 명예총장으로 추대된 뒤 지금까지 20년간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학교법인 이사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대의 한 교수는 “측근에게 총장직을 주고 ‘수렴청정’을 하는 윤 명예총장이 있는 이상 다른 총장이 와도 달라질 것이 없다”며 “이미 차기 총장에 ‘자기 사람’을 밀어준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윤 명예총장은 이사장이 된 뒤에도 인사 등 학교 행정에 힘을 미쳤고, 실제 역대 총장 중 몇몇은 그의 직속 제자”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1997년 2월 학교법인 이화학당 정관에 포함된 명예총장 규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관에 따르면 명예총장은 이대의 전임 총장 중 이사회의 승인으로 추대하며 임기는 별도로 없다. 또 명예총장은 이화 장단기 발전계획의 수립 등 대학 발전에 관해 총장에게 조언하고 자문에 응하며, 이사장이나 총장이 위탁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 부칙에는 정관의 해당 조항을 윤 명예총장이 선임된 1996년 9월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 윤 명예총장 전에 있던 3명의 명예총장과 달리 포괄적으로 학교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조항인 데다 종신직까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명예총장직은 예우 차원에서 부여하는 명예직일 뿐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윤 명예총장이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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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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