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소환조사 전망…‘재단 개입·국정농단’ 전반 추궁할 듯
정국을 떠들썩하게 한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0일 전격 귀국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최씨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검찰은 조만간 최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출범한 이후 수사는 최씨를 둘러싼 의혹 전반을 겨냥해왔다.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및 모금 경위,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을 포함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조사와 자료 확보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두 재단과 최씨 등 자택은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문체부 관계자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토요일인 29일에는 청와대까지 압수수색이 시도됐다. 검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받은 자료가 미진하자 사무실에 직접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검찰은 30일에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비선 모임 운영’ 등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연설문 수정’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최측근 고영태씨, 최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청와대 행정관들을 상대로한 조사도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주변 수사가 이뤄진 가운데 이번 주말 청와대 압수수색과 최씨 귀국을 계기로 의혹의 핵심으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최씨가 기존 표명한 입장을 선회해 빨리 검찰 조사를 받는 쪽을 선택하면서 의혹 규명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귀국 당일 공항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 외에 아직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고 여행 피로도 겹쳐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조사는 이르면 31일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30일)은 소환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는 귀국하기 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의혹은 시인했다. 청와대 보고서를 받아본것에 대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부인하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해 혐의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인사 개입설과 미르·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 차은택씨의 재단 운영 농단 의혹, ‘팔선녀’ 비선 모임설 등을 모두 ‘몰랐다, 말도 안 된다, 가깝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적 없다.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태블릿 PC를 통해 보고서를 사전에 봤다는 등 보도와 관련해선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그간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증거물을 분석하고 관련 인물의 진술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씨에게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씨가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최씨를 여러 번에 걸쳐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최씨 이후에는 다시 수사 방향이 청와대 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