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그와 같다면’…백발의 日 교수, 위안부 할머니들에 사죄

‘일본인들이 그와 같다면’…백발의 日 교수, 위안부 할머니들에 사죄

최지숙 기자
입력 2016-10-19 15:37
수정 2016-10-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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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세요’
‘사과하세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사과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오,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1253차 정기 수요집회에 팔순을 앞둔 백발의 교수가 무릎을 꿇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절을 한 그는 엔도 도루(78) 세이신여자대학 철학과 교수였다.

엔도 교수는 전날 밤 11시쯤 입국,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사죄 기도를 올렸다. 그는 성공회 신자로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유시경 신부와 함께 화성 제암리교회, 파고다 공원, 서대문형무소 등 일제 만행이 벌어졌던 장소들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엔도 교수는 이날 집회에서 “저는 일본인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일본이 과거 한국 분들께 셀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해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무수한 조선 사람을 일본의 악질적인 환경에 데려와 가혹한 노동을 강제한 것을 통한의 마음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종군 위안부 분들께도 손을 모아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엔도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그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구는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께 진실로 사죄하지 않음을 드러낸다”며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내는 것을 ‘털끝 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일본 국민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일본의 행태를 대신 사죄하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길원옥(80) 할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했다. 유 신부에 따르면 엔도 교수는 소녀상이 곧 철거될 것으로 생각해 기독교를 믿는 철학자로서 죄책감을 느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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