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운 마사회

뻔뻔스러운 마사회

입력 2016-09-28 01:32
수정 2016-09-2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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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 찬성 집회 참석자에 10만원씩 ‘카드깡’

지역여론 조작… 용산구청엔 訴포기 금전 회유 정황

한국마사회가 2013년 서울 용산에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 설치를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찬성 집회에 동원하기 위해 불법으로 ‘카드깡’(카드할인 대출)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달 초 노인단체를 동원해 수십억원대의 복지기금을 미끼로 행정소송 포기를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전으로 지역 여론을 조작한 데 이어 행정기관까지 돈으로 회유하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특히 채용과 사업 지원을 통해 친(親)마사회 편으로 돌려세운 노인단체를 조직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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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앞에서 집회 중인 주민들과 경마장에 들어가려던 이용객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앞에서 집회 중인 주민들과 경마장에 들어가려던 이용객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27일 마사회의 ‘카드깡 의혹’과 관련해 “카드깡을 통해 찬성 집회에 참석한 인원 1명당 10만원씩을 지급했다”면서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바탕으로 다음달까지 관련자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마사회 직원이 식당에서 실제 든 비용보다 더 큰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집회 참석자들이 식당에서 현금을 받아 가는 방식이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회는 또 고령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주민들이 맞서기가 쉽지 않은 노인단체를 통해 구에 금전적 제안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날 “소송을 포기하면 마사회가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을 제3자를 통해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용산구민 대다수가 화상경마장을 없애자는 입장이어서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용산구와 구의회 관계자들도 “마사회가 노인단체를 통해 추석 전에 소송을 접으면 소송비 전액과 구내 복지사업 등에 수십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구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6월 천막농성 중인 주민들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화상경마장 건물 중 일부를 키즈카페를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용도 변경 신청을 했다. 하지만 구청 측이 “도박이 이뤄지는 공간에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문화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1, 2심에서 마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용산구는 대법원에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

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마사회는 해마다 각종 지원과 채용 등을 통해 노인단체를 ‘우군’으로 만들었고, 이번엔 ‘전달자’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지난달 이 단체에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2억원을 지원했다. 법무법인 ‘엘프스’의 김주진 변호사는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노인단체를 지원하고 이 단체를 내세워 구를 압박하려는 행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위”라고 말했다. 마사회 측은 “노인단체와 함께 구청에 간 것은 다른 목적 때문이지 구청장에게 소송 포기를 종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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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09-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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