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퇴계 묘소 정부 지원 0원, 왜

초라한 퇴계 묘소 정부 지원 0원, 왜

입력 2016-09-12 23:00
수정 2016-09-1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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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학봉 168억원, 퇴계 0원’.

경북도와 안동시가 100억원이 훨씬 넘는 막대한 예산으로 임진왜란을 수습한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1593)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들의 스승인 퇴계 이황(1501~1570)의 후손들은 선생의 기념사업 예산 지원을 모두 거부해 대조를 이룬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자리잡은 퇴계 이황의 묘소.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무덤을 지키는 인물상인 문인석 등이 매우 낡아 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자리잡은 퇴계 이황의 묘소.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무덤을 지키는 인물상인 문인석 등이 매우 낡아 있다.
●문중 “검소함 추구 유지 따를 것”

12일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에서 열린 추계향사에 참석했다가 인근 퇴계 이황 묘소를 찾은 A(71·서울)씨는 깜짝 놀랐다. 조선 최고 성리학자로 평가받는 이황의 묘소가 너무 초라해서다. 묘소 앞에는 이끼 낀 한 쌍의 문인석이 있고 묘소의 잔디도 듬성듬성했다. 안동시 홈페이지에도 퇴계 묘소를 새로 단장해야 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와 시를 곤혹스럽게 한다.

●퇴계기념관 건립 제안도 거절

하지만 퇴계 문중은 선생의 묘소 관리와 관련한 단 한 푼의 예산 지원도 마다한다. 이는 퇴계가 임종을 앞둔 1570년 형의 아들 영(寗)에게 “내가 죽으면 반드시 조정에서 예장(현대의 국장)을 내릴 것인데 이를 사양하라. 비석을 세우지 말고 작은 돌의 앞면에 미리 지어둔 묘비명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만 새기라”고 유언한 데 따른 것이다. 퇴도만은은 도산(陶山)으로 물러난 만년의 은사라는 뜻이다.

퇴계 문중은 또 최근 경북도와 안동시가 국책사업으로 퇴계기념관 건립 사업 추진을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계의 17대 종손 이치억(41)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퇴계 할아버지께서 마지막까지 화려한 예우를 거부하고 겸양과 검소함을 추구한 뜻을 받들기 위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서애·학봉 기념사업엔 168억

경북도 등은 2018년까지 류성룡과 김성일의 애국충절을 기리기 위한 임란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비 및 시·도비 각 84억 등 168억원이 들어간다. 서애기념공원(3만 7802㎡)은 안동 풍천면 도청신도시에, 학봉기념공원(5만 3723㎡)은 서후면 금계리에 들어선다. 당초 도 등은 200억원을 들여 서애·학봉기념관 건립에 나섰으나 지역 시민단체 등이 혈세 낭비,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자 사업 명칭 등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서애·학봉 문중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안동시의회에서 사업 예산이 통과되자 학봉의 후손인 한 30대가 대시민 사과문에 이어 시의원 전원에게 예산 통과 이유를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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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6-09-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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