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하철 출구서 10m내 흡연 불법인데…출구 옆 ‘문없는 흡연실’은 합법

[단독] 지하철 출구서 10m내 흡연 불법인데…출구 옆 ‘문없는 흡연실’은 합법

입력 2016-09-06 19:10
수정 2016-09-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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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법·지자체 조례 충돌…금연·흡연 구역 뒤섞여 논란

“냄새에 불편” “정당한 흡연권”
민원 많은 곳은 10m 밖 이동
서울시 “11월 초까지 조례 정비”

6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 설치된 흡연실 옆을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지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6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 설치된 흡연실 옆을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지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하철 출입구 10m 안에서 흡연하면 과태료를 문다는데 출입구 바로 옆에 흡연실이 있는 건 뭐죠? 괜찮은 건가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7번, 8번 출입구 사이엔 개방 흡연실이 있다. 출입구 10m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무는데, 몇 걸음만 더 옮기면 마음껏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이다. 6일 오후 지하철역에서 나와 흡연실 앞을 지나던 직장인 최모(34)씨는 “흡연실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와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지나다니기 싫을 정도”라며 “이럴 거면 금연구역을 뭐하러 지정하나 싶다”고 밝혔다. 반면 담배를 피우던 이모(33)씨는 “흡연권도 있는 건데 금연구역만 아니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흡연권을 박탈하려면 담뱃세를 과도하게 걷지 말라”고 말했다.

지하철역 주변에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공존하는 이 진풍경은 관련 법령인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의 경우 별도로 흡연실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등은 최근 조례를 개정, 지하철역 출입구 10m 안엔 흡연실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법제처는 서울시 등에 관련 조례를 상위법령인 국민건강증진법에 맞추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에 서울시 등은 다시 조례 수정 작업에 나섰다.

이를 두고 지하철 이용객이 담배 연기에 따른 불편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과태료 부과의 취지라는 점에서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개방흡연실 설치는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을지로입구역, 왕십리역, 건대입구역 등 세 곳의 흡연실이 출입구에서 10m가 안 되는 곳에 설치돼 있다. 지하철 10m 안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가 이달부터 시행되자 세 곳의 흡연실에 대해 시민 민원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광진구와 성동구는 건대입구역과 왕십리역 출입구 주변에 있는 흡연실을 이전하기로 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지하철역 인근의 흡연실을 아예 없애면 다른 곳에 숨어 담배를 피우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10m 밖으로 옮겨 흡연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의 흡연실은 아직까지 이전 계획이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인근 지역에 흡연구역이 없는 데다 호텔 및 상점 밀집 지역이어서 흡연을 하는 관광객들의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에는 금연구역 내에 흡연구역을 설치할 수 있지만 어린이놀이터, 학교정화구역, 버스정류소, 금연거리,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등에는 예외적으로 흡연실을 둘 수 없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법제처가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의 ‘금연구역 내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11월 4일까지 이를 정비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청 지하철역에서 단 12m 떨어진 서울시청 흡연실도 직장인 사이에 논란이다. 직장인 박모(43)씨는 “아침 출근 때마다 새어 나오는 담배 연기로 고역인데, 과태료 규정을 만든 서울시가 10m에서 단 2m 떨어져 있다고 자신들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단속이 시작되자 보란듯이 11m 지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흡연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실외 금연구역을 확대하다 보니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며 “당장 모든 흡연자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동인구·흡연실 내 환경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흡연구역을 설치하고, 금연구역 내에서는 완전히 담배 연기를 퇴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상반기까지 서울시가 지정한 실외 금연구역은 1만 6984곳, 흡연구역은 3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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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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