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업체 대표 형제는 상습투약 협의로 입건
그래미상 후보까지 오른 유명 DJ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DJ로 부터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한 약품업체 대표 등도 경찰에 검거됐다.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마약류인 GHB를 국내에 몰래 들여온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영국인 DJ L(52)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약품업체 G사의 최모(52) 대표와, 최씨의 쌍둥이 동생이자 G사 임원인 미국 시민권자 최모씨는 L씨에게서 이 마약을 받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L씨는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 GHB를 플라스틱병에 담아 생수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4차례 국내에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L씨가 들여온 양은 약 1갤런(3.78ℓ)으로, 경찰은 대략 1천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시가로는 3억 7천만원 상당이다.
GHB는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류로, 투약하면 맥박이 빨라지는 등 흥분상태가 되고 단기기억상실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2005년 미국 최대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 ‘최고 전자·댄스음악 앨범’ 부문 후보까지 오른 유명 DJ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 최대 규모 클럽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최씨 형제들은 L씨의 국내 체류비와 국내 일자리를 알선해 주면서 GHB를 들여오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형제는 2012년 미국에서 L씨를 처음 만나 GHB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상습 투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은 GHB를 다른 곳에 유통하거나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L씨가 최씨 형제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GHB를 공급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씨 형제에 대해서도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L씨의 법률대리인인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수사기관은 L씨가 4차례에 걸쳐GHB를 국내에 들여왔다고 주장하나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면서 “L씨는 동생 최씨의 부탁에 따라 두 차례 플라스틱 물병을 반입했고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경찰의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이어 “L씨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왔고 이미 출국금지돼 한국을 벗어날 수 없는데도 구속된 반면 정황상 실질적 주범인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며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 관해 문제제기를 했다.
법률사무소는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에게 “최씨가 이 사건에 대해 영향력이 없고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에게 혐의를 덮어씌우려는 계획이 아닌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