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할아버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할아버지 나무’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6-07-07 00:30
수정 2016-07-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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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통 삼계탕 식당 운영 남월진씨 손녀 중학교에 철쭉·사과나무 등 기부

손녀가 다니는 중학교에 수년간 수천만원의 나무를 기부한 멋쟁이 할아버지가 화제다. 주인공은 36년째 서울 중구에서 삼계탕 식당을 운영해온 남월진(68)씨.

남월진씨가 6일 서울 중구 창덕여중 교정에서 자신이 기증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월진씨가 6일 서울 중구 창덕여중 교정에서 자신이 기증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구 정동에 있는 창덕여중 정문을 들어서면 손바닥만 한 교정에 빼곡한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교생이 23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산책길과 정원이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여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고즈넉함이 물씬 풍긴다. 거의 남씨가 기부한 반송, 사과나무, 철쭉 등이다.

1980년 중구 서소문동에서 삼계탕집을 개업했다가 2001년 순화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남씨는 식당을 홍콩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그래서 외국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한류 식당으로 키워냈다. 그런 그가 작은 중학교 조경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2년 손녀가 창덕여중에 입학하면서다.

남씨는 학교 운동장 옆 언덕이 텅 빈 것을 보고 “왜 비어 있느냐”고 교장에게 물었다. “휴식공간과 놀이 공간으로 조성하려 한다”는 대답을 듣고 그는 “나무를 심자”고 건의했다. 고향 울산에 있는 조경 농장에 전화해 반송·사과나무 150그루, 철쭉 3100그루를 주문했다. 비싼 나무값 탓에 시교육청, 시청, 농협중앙회를 발로 뛰며 나무를 구해왔다. 문을 닫은 공원의 나무도 옮겨 심었다. 이 학교 조경은 남씨 손에서 거듭난 셈이다.

남씨는 “갓 싹을 틔운 나무들이 학생들과 함께 자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며 “손녀와 친구들이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게 할아버지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교에는 주변 공사장에서 가져온 벽돌로 산책로도 꾸며졌고, 분수 정원에 관상용 물고기도 들였다. 정원에는 음향시설과 운동기구도 설치됐다. 남씨의 남다른 노력과 학교 측의 관심에 힘입어 창덕여중은 2012년 서울시 최우수 조경학교로 선정됐다.

남씨는 “손녀는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됐다”며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손녀가 창덕여중을 들어갈 때쯤이면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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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6-07-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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