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고용부, 안전교육 여부·원하청 소통 문제점 등 집중조사
28일 울산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발생한 황산 유출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조사를 본격화했다.경찰은 작업자들이 황산이 가득 찬 맨홀을 개방한 것을 두고 원청업체인 고려아연과 하청업체 소속 현장근로자들의 말이 서로 다른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안전 관리감독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 원청-하청근로자 서로 ‘네 탓’…경찰, 소통문제·안전교육 등 조사
수사전담팀을 꾸린 울산 울주경찰서는 고려아연과 배관 보수 작업을 맡은 하도급업체 한림이엔지 근로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 직후 고려아연 측은 “현장 작업자들이 열면 안 되는 맨홀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면서 “특히 배관을 자르거나 맨홀을 열 때는 원청 담당자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생략했다”면서 사고 원인이 ‘하도급업체 작업 확인 부족’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에 현장에 있었던 한림이엔지 근로자들은 “고려아연의 안전작업허가서 발급에 따라 작업했다”면서 “원청이 안전관리 과실을 하청 근로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맞섰다.
경찰은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어느 쪽에 과실이 있는지를 떠나서 유해화학물질 취급과 관련된 작업에서 발주처와 현장근로자들 사이에 소통에 중대한 차질이 있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 초점도 원청과 하청의 작업과 안전관리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각자 매뉴얼을 지켰는지, 주로 일용공인 현장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 교육이 이뤄졌는지 등에 맞춰진다.
경찰 관계자는 “총 3개 구간으로 나뉜 공사구간에서 순차적으로 안전하게 공사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양측의 소통 차질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소통이 어긋났는지를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당일부터 원·하청 관계자들과 사고 피해를 본 부상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또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황산유출 지점, 사고 당시 배관 내 황산 잔존량, 황산 농도 등을 확인하는 현장감식을 벌였다.
◇ 고용부, 사업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집중 조사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당일 산재예방지도과 근로감독관들을 투입해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에 참여해 2차 조사를 한다.
고용부는 고려아연과 개·보수 작업을 맡은 협력업체 한림이엔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먼저 원·하청업체 사업주와 함께 안전 관리감독 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현장팀장이나 현장소장 등이 작업하기 전에 기본 안전 절차 등부터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한다.
또 이들이 사고 현장에서 어떻게 안전 관리감독을 하고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 밖에 개·보수 작업에 투입된 한림이엔지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전 안전교육이 이뤄졌는지도 조사한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생산현장의 위험요소를 잘 알지도 못한 상태서 작업에 나서도록 하면 결국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합동감식 후 일단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고려아연과 한림이엔지 근로자들을 먼저 조사한 뒤 안전 관리감독 책임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사고 당일 고려아연의 모든 개·보수 작업을 전면 중단하도록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28일 오전 9시 15분께 고려아연 2공장 황산 제조공정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농도 70%가량의 액체 형태의 황산 1천ℓ가량이 유출됐다. 당시 작업을 하던 하도급업체 한림이엔지 소속 김모(60)씨 등 근로자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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