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의 위해 생명을 담보 삼는 ‘제2의 김군들’

당신의 편의 위해 생명을 담보 삼는 ‘제2의 김군들’

한준규 기자
입력 2016-06-06 22:34
수정 2016-06-0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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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스크린도어 신속한 낮시간 수리의 그림자

“운행 않는 야간수리가 안전 해답”
“2시간 내 작업하기엔 인력 부족”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문구다. 지하철은 시간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배경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각종 고장을 실시간으로 고치는 정비공 등이 있었음을 이번 ‘구의역 김 군 사망’으로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2~3분 간격으로 빈번하게 다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을 낮에 수리하다가 사망자가 3년 새 3명이나 발생한 만큼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밤 시간대에 수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2인 1조’로 수리를 나간다고 해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일 지하철업계에 따르면 제4의 사고를 막으려면 ‘1시간 안으로 도착, 수리’ 등을 강요하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수리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 공선용 전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은 이날 “서울메트로가 대책으로 내놓은 2인 1조 시스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망가진 스크린도어가 있다면 열어놓고 안내판을 설치하고 운행하면 된다. 그리고 수리를 야간에 하면 사고 날 일이 없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열차가 다니는 승강장에 작업자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이 모든 안전대책에 선행되어야 할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사고 예방 대책 핵심인 ‘2인 1조’ 작업보다 전동차 운행시간에 선로 쪽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지 않도록 작업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 전 본부장은 “고장 난 스크린도어에 안내원을 배치해 시민의 안전을 챙기고, 고장 수리는 운행이 끝난 시간에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종엽 서울메트로 미디어팀장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다 고칠 수 있을지, 그러려면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지 등 여러 가지 챙겨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금의 인원으로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장 난 스크린도어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나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의역 1번과 4번 출구 앞에 붙인 추모 메모에는 “안전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고객의 ‘편리’를 위한 빠른 정비에는 왜 안전문을 고치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가 없느냐”고 했다. “남의 일터가 안전하면 나의 일터도 안전해진다”는 문구도 있다. 지하철이 늦게 오면 비난하는 시민들도 자제하여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런던서 활동하는 김세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고처럼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비용을 낮추고 편의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불편함 때문에 목숨 걸어야 직업을 유지할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고영환 부산김해경전철운영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정비공이 안전한 수리가 진행되려면 불편함을 함께 견디려는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안전인식이 한 단계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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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6-06-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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