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잘 잡는 CCTV, 범죄율은 못 잡네

범인 잘 잡는 CCTV, 범죄율은 못 잡네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5-31 23:06
수정 2016-06-0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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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민간 전국 1100만대 설치… 살인·폭행 예방 효과 입증 안 돼

화질 등 향상 결정적 단서 제공… 작년 1만여건 해결 3년 새 10배↑
사각지대 범죄 발생 확률 크고 CCTV 의존 심해 수사력 약화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죠. 용의자의 모습부터 검거 가능 장소까지 모든 실마리가 담겨 있으니까요.”

31일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예전에는 탐문을 잘하는 형사가 인정받았는데 요즘에는 CCTV를 끈질기게 잘 돌려 보는 경찰이 수사력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의 범인 검거에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CCTV가 강력사건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락산 살인 사건, 부산 묻지마 폭행 사건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구청이나 경찰서에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일각에서는 CCTV가 사후 범인 검거 능력은 탁월하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범용 CCTV를 무한정 늘리기보다 불필요한 곳에 설치된 CCTV를 이전하고 민간 CCTV와의 협업 시스템을 만드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발생한 강남역 인근 주점 살인 사건에서 경찰은 범행 현장인 화장실 앞 CCTV를 통해 피의자로 김모(34)씨를 지목했다. 이후 주변 CCTV를 모두 추적해 김씨의 동선을 파악, 강남역 주변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그를 검거했다.

이와 반대로 수락산 등산객 살인 사건은 등산로에 CCTV가 없어 수사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력팀이 대거 투입됐지만 피의자 김모(61)씨가 자수하기 전까지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불안과 맞물리면서 방범용 CCTV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전국 방범용 CCTV는 16만 2699대로 2010년의 3만 5107대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포함하면 약 1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안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범인 검거, 수배자 발견, 도난 차량 회수 등 CCTV를 활용해 범죄를 해결한 건수는 2012년 1115건에서 지난해 말 1만 1356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방범용 CCTV를 크게 늘린 결과 지난해 9월 7만 2006대에서 올해 4월 10만 467대로 39.5%나 증가했다”며 “카메라가 대상을 따라다니며 관찰하는 지능형 CCTV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매년 30개씩 늘리고 있는 지자체 CCTV통합관제센터도 CCTV 범죄 단속 건수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CCTV의 범죄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현장 경찰들은 범죄자 검거를 CCTV에만 의존해 수사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논문 ‘서울시 강남구의 CCTV 설치가 범죄 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2002년 4월부터 1년간 강남구의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CCTV 증가에도 살인은 3.9배, 폭행은 1.1배가량 늘었다. 박 교수는 “격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는 CCTV로 예방하기 어렵다”며 “CCTV의 바로 옆 사각지대에서 범행이 증가하는 ‘범죄 전이 효과’도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해당 CCTV를 피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도 커 범죄 예방 효과가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범 대부분은 전과자인 만큼 폭행을 저지르더라도 본능적으로 주변 CCTV를 살피기 때문에 CCTV가 증가하면 범죄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문태헌 경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CCTV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CCTV를 갖춘 민간 부문과 협업 시스템을 갖춰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초등학교 근처 등 범죄 빈발 지역이 아닌 곳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효율적인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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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6-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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