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패소에도 靑 입성 빌미로 ‘돈 내놔’ 공갈·협박
사소한 시비에도 휘말리지 않게 처신에 신경을 써야 하는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입장을 악용해 공갈과 협박을 일삼은 5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공갈미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곽모(59)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사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를 운영하던 곽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와 서적 제작 계약을 했다.
곽씨는 계약 이행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손해배상 명목으로 해당 대학교에 약속어음 5천만원을 지급했지만 결국 계약을 파기 당했다.
이에 불복한 곽씨는 이 대학교를 상대로 2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모두 패소했다.
곽씨는 포기하지 않고 이 대학교의 관련 업무 책임자 A교수를 물고 늘어져 2010년 A씨를 공갈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2년 A씨에게 각각 무혐의·각하 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사건이 모두 끝난 듯했지만, A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고위 공직자로 임명되자 불씨가 되살아났다.
곽씨는 청와대 고위공직자는 처신에 각별히 조심한다는 점을 노렸다. 2013년 5월부터 종결된 사건을 다시 들먹이며 A씨를 협박했다.
‘귀하에게 갈취당한 돈과 매출 손실 때문에 편히 못 잔다’, ‘돈 문제만 해결해주면 귀하도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려 시대면 당장 처형할 놈’, ‘씨를 말리겠다’는 등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돈을 요구했다.
곽씨는 A씨가 청와대에 근무하다 퇴직했는데도 지난해 7월까지 56차례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집·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A씨를 괴롭히기도 했다.
곽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돈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배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곽씨는 청와대 고위공직자라는 A씨 상황을 이용해 다시 형사 고소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대통령 등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로 점차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며 “이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곽씨가 손해배상금을 받을 권리를 인정할 아무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곽씨는 재판 중에도 A씨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내다가 재판부의 엄중 경고 이후 비로소 중단했다”며 “그런데도 피해자가 힘이 있는 자라 자신이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생각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범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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