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거주한 직원에게 “방 빼”…법원 “부당해고”

사무실서 거주한 직원에게 “방 빼”…법원 “부당해고”

입력 2016-05-05 13:31
수정 2016-05-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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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란 말은 안 했지만 사용자의 일방통보로 이뤄진 계약종료는 해고”

회사가 있는 지역에 연고가 없어 사무실에서 수개월간 거주한 직원에게 갑자기 짐을 빼 나가라고 요구한 것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A씨가 “부당해고를 인정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집이 서울인 A씨는 2014년 7월부터 대전에 있는 한 회사에 입사해 일했다.

당장 숙소를 구하기 어렵고 회사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A씨는 회사 건물의 1층 사무실을 숙소 겸 사무공간으로 썼다. 그런데 두 달 뒤 회사 대표는 A씨에게 갑자기 사무실에 있는 짐을 모두 빼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A씨는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는데, 대표가 사무실 퇴거를 요구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중노위 역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이뤄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며 “이 사건의 퇴거 요구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표가 근로관계 종료를 의미하는 말을 하지는 않고 단지 방을 빼달라고 말했을 뿐이지만, A씨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항의하자 ‘일단 퇴거를 한 뒤 얘기하자’며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실질적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뜻한다고 봤다.

회사 측은 보안상 문제 등을 퇴거 이유로 댔지만, 실제로는 대표가 A씨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근무기간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비난한 정황 등이 근거가 됐다.

또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는데, 회사 측이 해고라고 할 수 있는 퇴거 요구를 하면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은 점도 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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