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진화…“돈 빼서 집에 보관하세요” 말하고 빈집털이

보이스피싱 진화…“돈 빼서 집에 보관하세요” 말하고 빈집털이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21 11:37
수정 2016-04-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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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 오전 9시쯤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사는 A(74)씨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개인 정보가 유출돼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됐다. 은행 예금이 모두 인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A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지만 뭔가 찜찜했다.

남성은 A씨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로 계속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되풀이했다.

낮 12시 30분쯤 걸려온 전화에 A씨는 무너졌다.

“범인들이 계좌에 있는 예금을 모두 빼갈 수 있으니 빨리 은행에 가서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집안에 보관하라”는 전화였다.

A씨는 전화를 건 남성이 시키는 대로 은행으로 향했다. 남성의 확인 전화는 이어졌다.

돈을 인출하자 다시 전화가 왔다. “인출한 현금을 여행 가방에 넣어서 전화기 옆에 둬라. 주민등록증이 도용됐으니 빨리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라, 집 열쇠는 신발 안에 넣어서 현관문 앞에 둬라”고 했다.

A씨에게 전화를 건 남성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었다.

A씨가 동사무소로 가려고 집을 나서자마자 이 조직원은 A씨 집 근처에 대기하던 중국 동포 H(21)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H씨는 A씨 집으로 들어가 현금 9500만원이 담긴 여행 가방을 훔쳤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가서 보이스피싱조직 송금책에게 가방을 통째로 넘기고, 자신도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갔다.

H씨는 중국에서 돈이 든 가방을 훔쳐 전달한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보름 후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H씨를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하고 여죄를 캐는 한편 보이스피싱 조직의 송금책과 총책 등을 쫓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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