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약탈적 토지조사사업 100년…주인 못찾은 땅 여의도 200배

日帝 약탈적 토지조사사업 100년…주인 못찾은 땅 여의도 200배

입력 2016-03-30 11:00
수정 2016-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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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서 ‘상속인 찾아주기’ 내달 시작…벌써 전국 관심 ‘후끈’ 상속인 찾으면 토지 등기 안내하고 무연고지는 국가에 귀속

경술국치 직후 시작한 토지조사사업으로 아직 주인을 못 찾은 전국 땅이 여의도 면적(2.8㎢)의 200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 조사로 토지 주인이 확인돼도 당사자 등록이 없으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아 생긴 무연고 땅이다.

땅 주인은 살길을 찾아 만주나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가 귀국하지 못한 농민이 대다수로 추정된다. 중국과 옛 소련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토지도 적잖아 보인다. 국내에 살았어도 토지제도를 몰랐다면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남도는 이런 토지의 상속인을 찾아주는 사업을 전국 처음으로 다음달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토지가 워낙 방대한 때문인지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 전화가 잇따르는 등 관심이 벌써 뜨겁다.

도는 이 사업이 국가시책으로 확대되도록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 “후손에게 미등기 상속재산 찾아주자” 경남도 내달 착수

경남도는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소유권 분쟁을 빚는 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해당 토지는 일제가 한반도를 강탈한 1910년 이후 한 번도 소유권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가 1910∼1918년 시행한 토지조사사업 당시 소유권 등록이 되지 못한 땅이다.

도는 이런 땅의 상속인을 찾아주는 사업을 4월부터 추진한다. 양산시 1개 동과 하동군 1개 리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상속인 조사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작업을 거쳐 5월부터 도내 모든 시·군에서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

도로·하천 등 공공용도의 토지나 소송 중이거나 소유권 분쟁이 예상되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토지 이용자와 분쟁이 우려돼도 조사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 상속인이 확인되면 등기절차를 안내한다. 상속인이 없는 땅이면 국가에 귀속한다.

도 관계자는 30일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기본임무다”며 “전국 첫 사업인 만큼 사명감으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미등기 토지가 상속되면 지방세수가 늘어나고 상속인이 없는 땅은 국가 귀속으로 정부 재정에 보탬이 될 것으로 도는 기대한다.

◇ 주인 못 찾은 미등기 토지 ‘여의도 면적 200배’

일제는 한반도를 식민지체제로 완전히 편입하려는 목적으로 토지조사사업을 서둘렀다. 당시 지적공부를 만들면서 토지를 측량해서 지번이나 지목, 면적 등을 직권으로 등록했다. 이른바 ‘직권등록 주의’를 적용한 것이다.

소유권자로 확정돼도 소유자가 등기를 직접 신청하도록 하는 ‘당사자 신청주의’도 병행했다.

땅 주인이 등기 신청을 손수 해야 소유권을 인정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고향을 버리고 만주나 중앙아시아로 떠난 농민은 등록할 기회를 놓쳤다. 일제 탄압을 피해 중국 동북 3성이나 소련 연해주 등으로 항일투쟁의 무대를 옮긴 독립운동가들도 권리 행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에 있어도 근대적 토지제도에 무지한 탓에 등록하지 않은 사례도 부지기수로 추정된다.

이런 연유로 소유권을 등록하지 못한 땅은 토지조사사업이 시작된 지 106년이 흐른 지금까지 미등기 상태로 남았다.

경남에는 미등기 토지가 14만9천여 필지, 1억1천500만㎡이다. 창원시 진해구(1억1천300만㎡)와 맞먹는 크기다.

전국에는 65만3천여 필지, 5억7천741만6천여㎡에 달하는 것으로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센터가 추계했다. 여의도 면적의 200배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국가공간정보센터는 토지 전산프로그램에서 소유권 변동 원인이 ‘사정(査定)’인 토지를 검색해 이런 면적을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당시 토지 소유자를 조사해 확정한 처분이다.

◇ “혹시 우리 조상 땅도 있나?” 전국 지자체에 문의전화 쇄도

경남도의 사업 계획이 발표되고서 도 담당 부서에는 하루 2∼3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사업 추진 계획 등을 파악하려는 전국 광역지자체의 전화다.

관심이 뜨거운 것은 10여년 전부터 전국에서 추진한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이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상 땅 찾아주기는 1990년대 초반에 시행했다. 주민에게 조상의 토지 정보를 제공하려는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지적자료 등을 전산화한 행정자치부 국토정보센터와 온라인으로 연결한 시·도 전산망으로 해당 토지 정보를 제공한다.

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는 등 이 사업에 벌써 깊은 관심을 보인다. 경남도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 분쟁·브로커 개입 우려…전국 차원 확대 필요

사업을 추진할 때 적잖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동상속인이 확인되면 소유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토지브로커 개입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도 우려된다.

경남도는 공동상속인에게 상속 안내문을 일시에 통지해서 협의를 유도하기로 했다. 소송 등 분쟁을 막으려는 조처다.

자료관리 책임관도 지정한다. 미등기 토지 정보와 제적부·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고 정부 3.0 정책을 체감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전국으로 확대되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경남도의 주문이다.

경남도의 정보력과 예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춘기 경남도 토지정보담당은 “사업의 이익이 국민과 정부에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전국 지자체에서 문의가 오면 자세하게 답변해준다”면서 “국가 시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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