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더민주”, “이번엔 국민의당”…엇갈린 광주 민심

“그래도 더민주”, “이번엔 국민의당”…엇갈린 광주 민심

입력 2016-03-27 10:56
수정 2016-03-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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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긴개긴’ 野 2당 행보에 실망…“인물 보고 뽑을 수 밖에”“‘호남 대변·정통야당’ 구호에 걸맞은 비전 보여달라”

“기자 양반은 누가 이길 것 같소?”

27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만난 최선준(47)씨는 총선 지지 정당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최씨는 “당연히 인물을 보고 뽑겠지만, 또 하나 선택 기준인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마땅히 마음 가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들이 말로는 호남을 대변하겠다고 하는데 요새 하는 것을 보면 믿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호동이 포함된 광주 서을 선거구는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가 맞붙어 전국적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더민주 신진 대 국민의당 현역의원 간 대결로 축약되는 광주 총선 구도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 ‘특정정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돼 경선 후 관심이 떨어지던 예전과 달리 지역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유권자 화두는 ‘몇 대 몇’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격전에서 어느 쪽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역의원 탈당과 구인난으로 더민주는 광산을(이용섭 비대위원)을 뺀 7개 선거구를 신진 인사로 채웠다.

참신함을 무기로 삼기에는 일부 후보 인지도나 지역 활동 경력이 너무 부족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듣보(듣도 보도 못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같은 인터넷 신조어를 빗댄 악평도 있다.

국민의당은 현역 물갈이 시도가 무위에 그쳐 8개 선거구 가운데 5곳에 현역의원을 내세웠다.

공천 배제된 임내현 의원을 빼고 천정배·박주선·장병완·김동철·권은희 의원이 다시 출마했다.

‘새정치’, ‘뉴DJ 발굴’ 등 현역 물갈이 의지가 숙의배심 경선의 극심한 갈등에 묻혀 ‘구관’들이 슬그머니 본선에 나섰다.

회사원 이영중(34)씨는 “두 정당 모두 정권 심판·교체를 내세우지만 지역민 검증을 생략한 더민주의 ‘내리꽂기’, 국민의당의 현역 위주 ‘우려먹기’ 공천 행태를 보면 총선 후 비전을 찾기 어렵다”며 “결국에는 야권의 제살깎아먹기 경쟁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남대 오승용 교수는 “공천은 후보자뿐 아니라 정당의 인물, 비전, 정책을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장인데 이런 측면에서 두 정당 모두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며 “결국 유권자에게 책임을 떠넘겨 선거문화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이번 선거가 ‘강제 인물경쟁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정당 후보들 모두 정당이나 지도부 후광을 기대하기 어려워 결국 ‘개인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국보위 참여 전력이나 ‘셀프공천’ 논란 등으로,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를 둘러싼 지도부 갈등과 경선 잡음 등으로 지역 민심을 잃었다.

김 대표는 총선 대진이 확정되자마자 지방 첫 방문지를 광주·전남으로 잡아 1박 2일간 선거사무소 개소식, 경제 콘서트 현장을 누볐다.

호남 세몰이 경쟁을 선점한 모양새지만 지역 유권자들이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광주 정·관·경 1번지 상무지구에서 올라탄 택시 운전사는 “김종인 대표는 양지만 쫓아다닌 사람 아니냐. 먹고사는 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기 신념이 중요한데, 소신이 없다고 본다”며 “국민의당도 공천과정에서 실망을 줘 요즘엔 택시 안에서 정치 이야기를 잘 안한다. (정치권에 대한)실망이 커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송정역 안에서 만난 최모(45)씨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전까지는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잘 추스른 것 같다”며 “비례대표 2번을 공천하는 것으로 삐끗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면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발등의 불’이 된 지역구 선거 때문에 호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광주시당 후보 공식 출정식에 맞춰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

전남에서는 여수갑, 영암·무안·신안을 뺀 8개 선거구에 현역 의원들이 출격했다.

새누리당 1명, 더민주 4명, 국민의당 3명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하면 9개 선거구에 10명이 출마해 현역의원 생환율로 ‘맹주 다툼’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 순천 선거도 초미의 관심사다.

야권 표 분산으로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총선은 이 의원이 당선된 보궐선거와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온다.

전남은 인물 경쟁, 정당 지지도뿐 아니라 몇 개 시·군이 붙은 선거구의 소지역주의가 선거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시민단체 참여자치21 오미덕 공동대표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고르겠다거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이제라도 정통야당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을 충실히 이해하고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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