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이라도 즐겁게 살자”…70·80대 이혼 늘어

“남은 생이라도 즐겁게 살자”…70·80대 이혼 늘어

입력 2016-03-27 10:45
수정 2016-03-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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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사이 14배 증가…“불행한 빈 둥지 대신 내 행복” 선택

대전에 사는 A씨는 최근 ‘이혼하겠다’는 부모의 폭탄선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갖은 불화로 오랜 기간 남처럼 지냈던 부모가 자녀를 출가시킨 뒤 이혼을 결심한 것이다.

A씨는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동안 부모님 사이를 잘 알기 때문에 두 분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27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A씨 부모처럼 이혼 상담을 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급증했다.

2014년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 이혼 상담을 한 60∼80대 노인은 총 1천125명이다. 2004년 250명에 불과했던 것이 10년 사이 4.5배로 뛰었다.

비교적 젊은 60대뿐 아니라 70대와 80대들도 이혼을 고민했다.

2004년 70대 26명(여성 20명·남성 6명), 80대 9명(여성 6명·남성 2명)이 이혼 상담을 받았지만, 2014년 70대 325명(여성 179명·남성 146명), 80대 37명(여성 15명·남성 22명)이 찾아 고령층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혼 상담에서 나아가 실제 이혼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의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년 이상 결혼을 지속하다 이혼하는 ‘황혼이혼’은 20년 사이 14배 증가했다.

황혼이혼은 1990년 2천363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3만3천140건으로 급증했다.

2012년부터는 황혼이혼이 결혼 4년 안에 갈라서는 신혼이혼을 추월했고, 꾸준히 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노후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진단했다.

과거에는 가정불화가 있어도 ‘참고 살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퍼져 노인이 돼서도 이혼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혼이 증가해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사라진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자녀들의 대학 입학과 혼사 등을 치른 노년층은 이제는 부모로서 의무가 없어져 이혼 결정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자녀 양육 때문에 결혼을 겨우 유지해 오던 부부들이 뒤늦게 의무감에서 해방되면 이혼을 선택한다는 것이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황혼 이혼을 하는 부부들은 젊은 시절부터 오랜 시간 친밀감 없이 지내온 경우가 많다”며 “자식들이 떠나면 부부 둘이서만 살아야 하는데, 빈둥지에서 배우자와의 생활이 불행하다면서 이혼이라는 자유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1991년 재산분할 청구권이 도입되면서 가사노동을 했던 아내들도 이혼 시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황혼 이혼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도입 전에는 전업주부들은 이혼할 때 위자료만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금액이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여성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혼 후 먹고 살길이 막막해 결심을 망설였던 여성 노인들이 조금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최근 이런 세태를 반영해 황혼 이혼을 한 노인들의 재혼을 주선하는 전문 업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평균 연령이 늘어나면서 남은 인생이라도 즐겁게 살자는 인식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도 황혼 이혼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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